- 과연?
자신의 기분을 배반하지 않는 글. 이 쓰고 싶은 글의 이상향에 좀 가깝다.
세상 일에 대해 옮음과 당위를 외친들, 이것이 상대적으로 자기 마음의 바닥을 감추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조금 나은 무엇으로 착각하고 싶어서라면, 씁쓸하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와중에도, 자기 기분을 쓰러뜨리거나 일그러뜨리지 않으며 할 말을 할 수만 있다면.
기승전결이 정연한 글은, 나는 쓰고 싶지 않다.
내 생각은 그렇게, 선생님의 이끌음에 따라 줄을 붙잡고 오종종 걷는 아이들같이 생기지는 않으니까.
글쓰기를 생각하면 언제나. '벗은 것도 걸친 것도 아니면서, 탈 것을 타거나 땅에 발을 대고 걸어서도 아닌 상태로 내 앞에 나타나거라' 하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남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데서 오는 쾌감의 배면을 생각하면 별로 솔직하고 싶지 않다. 남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관객들은, 옷을 잘 차려입고 커튼 뒤라는 안전한 곳에서 반짝이는 두 눈만을 켜 둔다. 앞에 벌어지는 눈물겨운 상연에 가끔 박수를 쳐주지만,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를 일이다. 마음속은 어떤 것이건, 노출되지 않은 자신은 적어도 안전하다는 안도감은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남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며 쾌감을 느낄 때, 나라는 인간, 인간으로서의 나는 잔혹하구나 싶은 잔영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자꾸만 평가적이 되려는 힘에 이끌려 감도, 독서에 따라붙는 유혹이다.
평가는, 더욱이 최종 평가는 좀 늦게 나중에 해도 되련만.
기분에 충실한 글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가, 바로, '과연'이란 부사가 앞서는 문장 하나가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