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긋하고 풍부한 밥상
기왕이면 술을 끊거나 참는 대신에 술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겠다고 말을 하기로.
말이라도 그렇게.
호박죽 아점, 이렇게 부글부글
늙은 호박을 가게에서 발견해서 사 오자마자 기다렸던 우연인 양 저 망치같이 생긴 조리도구가 발견되었다. 주방의 마법이라고 불러야 하나? 없는 거 많은 허술한 주방에서도 은근히 쓸만한 발견.
마침 뒤지개도 발견되어 계란말이 형태도 만들 수 있었다.
마라쿠자라는 과일. 반을 갈라 수저로 떠먹어도 되는데 보통 시다고들. 주로 갈아먹는다고 한다.
불면증 특효약이라고 한다.
역시 비슷한 두 변화를 준.
스크램블엔 당근과 정체 모를 나물을 데쳐 볶아 섞었다.
그리고 오이, 피망, 적양파, 토마토를 잘게 썰어 여기 식 샐러드를 만들었다.
주스는 오늘은 포도로.
슈퍼엔 저런 첨가물 없는 생주스를 용량별로 판다.
코코넛, 복숭아, 구아바(여기선 고요바라고 부른다), 오렌지, 포도, 당근, 포도, 비트 등.
이 주스들을 식사 때마다 돌아가며 맛보고 있다.
이런 식사를 즐기는 동안, 이 집의 안주인이나 마찬가지로 안토니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양이 알리나는 오늘 아침엔 안토니오의 방 앞에 서서, 들어가지 못하는 방문을 응시하며 애처로이 있었다. 어젯밤에 온 안토니오의 연인에게 옆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그런 가여운 모습은 찍을 수 없었다.
안토니오는 떠나기는커녕 매일 친구들을 불러들여서는, 부엌에 물 뜨러 가는 내게 소개하거나 한다. 아마 우리나라의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자연인들보다 느긋한 삶. 우리나라 자연인들이 워낙 부지런하기도 하지만.
안토니오와 나는 불어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