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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Sep 22. 2020

버섯만 빠진 아침









안토니오네서는 떠날 날이 가까워온다. 근처 다른 숙소로 옮겨야 한다. 

여긴 방 조명이 어두워 저녁 시간엔 그냥 누워 자는 편이고 아침이 되어야 이웃들 글도 읽고 간간이 포스팅도 한다. 

거기로 옮긴다고 더 여유 있어지기는커녕, 아니게 될 거다 아마도. 내 고양이를 맡은 친구가 고양이들은 어머니께 맡기고 여기 카니발 구경을 올 예정이라, 예수 상이라던가 관광적 일정은 그때로 미루어 두었다. 그리고 며칠 후면 본격 카니발 기간이라 지금까지가 가장 한가한 날들였던 셈.




                                                                                                                                                                                                                                                                                                      





안토니오 주방 냉장고 세 번째 칸을 쓰는데 이제 거기엔 새로운 식료품을 갖다 놓지 못하고 다 먹어 비워가야 한다. 채소 한 다발과 달걀 세 개 그리고 몇 개의 과일이 남았다.



어제저녁엔 좀 큰 마켓에 가 염소 우유와 퀴노아를 사서 그걸로  아침에 밥을 했다. 

그 슈퍼에선, 이 지역에 극히 드물어 뵈는 버섯을 투지를 갖고 뒤져서는 결국 한 팩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버섯인지 단어를 검색하는 동안 어떤 아주머니가 집어가 버리셨다. 우리나라 것과 좀 다르게 생긴 그것은 표고버섯이었다. 

그렇게 버섯은 포자도 안 남기고 사라졌고 최소한 단어만 알게 된 셈. 애증의 버섯. 여기의 홈플 정도 크기의 마트에는 그 쪼그라든듯한 상파울루 산 버섯이 딱 그거 한 팩이었던 것이다. 


버섯을 구할 수 있었다면. 오이와 버섯을 채쳐 소금 넣고 볶아서 퀴노아 밥이랑 먹었을 텐데. 하필 그렇게 만들어졌을 요리의 맛이 짐작되기에 그만큼 더 약이 오르는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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