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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Sep 25. 2020

인어 다이어리


                                                                                                                                                                                                                                                                                                         




방금, 방 밖의 바나나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인기척 같다고 느낀 순간, 실제 밖엔 사람이 지나가기도 했다.



하늘하늘 시원한 시폰 천의 긴 바지를 입고 다녔더니 상체만 바싹 꼬슬렸다. 

반인 반어도 아닌 것이, 상하체의 국적이 달라졌다. 어쩐지 삼바 스텝이 어딘가 어색한 것이, 다리를 안 태워서인가 싶기도 하다. 해변이라도 가야 하나?



여기에 고양이는 사방천지인데 개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은 현저히 적다.  동네 개들이 짖을 때면 모든 개들이 합창하듯 하는 것이, 크고 작은 개 목소리의 오케스트라가 느껴진다. 개들은 주로 집에만 머무나 보다. 

혹 고양이가 더 더위에 강한 동물일까?  개라면 늑대개가 떠오르면서 추운 지역이 연상되는데 반하여 고양이는 태생이 이집트. 

나라는 고양이도 춥거나 음한 기운을 못 견뎌한다. 이렇듯 따듯하며 바람도 잘 드는 양기 충천한 곳에 놓이면, 다른 내가 하나 살아 나오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는 사계가 있어도 기본적으로 음기가 세다. 거기선 별 힘들만한 일이 없이도 늘 시들시들 아프고, 일찍 일어나면 종일 갤갤 대곤 했다. 




시장을 지나다 성경책들 세일하는 곳을 지났다. 성경들이 핑크나 보라 기타 밝은 색으로 장정되어있었다. 얼핏 보면 동화책 같았다. 검정이나 갈색 표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종교적인 것이란 그저 엄숙한 겉모습을 해야 한다는, 색에 관한 옳고 그름이 해체된 세계가 좋다. 


숙연 일색인 곳에선 숨과 노래와 춤을 빼앗긴다. 그런 곳에서 내가 가책 없이 출만한 춤은 살풀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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