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램 카페에 가지 않았다. 시내에 나왔기 때문이다. 램 카페는 일주일 중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 보인다. 그곳에 있었을 나를 대신 여기 다른 곳에서 휴식시키고 있다.
어제 일요일에는 극심한 수면장애로 낮 4시에나 일어났다. 동네를 돌아 낙지 음식점에서 발을 멈추었다. 환절기 변화에 적응키 위해 낙지력을 소환하기로 했다. 낙지를 먹자 기운이 펄펄 나는 듯 플라세보 효과를 느끼며 소화도 시킬 겸 천변을 걸었다. 바람이 너무 한다 싶을 만큼 시원했다. 이 바람은 전갈 달 전갈 날의 음울함을 안개 걷어내듯 몰아내고 있었다. 바람에 취하자 예정에 없던 커피 생각이 났다. 천변엔 아직도 안개가 가득했다.
나는 동행과 티격태격 메뉴를 골랐다. 의견을 핑퐁처럼 조율한 결과 압축된 것은 망고 스무디와 팥빙수였다. 이 시즌에도 팥빙수를 하는 찻집이 있다는 게 의외였다.
누려야 할 바람 몇 모금이 남아 있었으므로 테라스 자리를 택해 앉았다. 우리는 망고 스무디를 한껏 찬양하며 떠먹었다. 그 달콤함은 곧장 싸늘한 냉기로 바뀌더니 다음 순간, 제어할 수 없이 척추 줄기와 안면 뼈, 관자놀이까지 순식간에 올라오는 것이었다. 딸꾹질을 멎기 위해 숨을 참는 것과 같은 인내로 그 냉기의 순간에 딱 멈춰서, 하나 둘 셋 천천히 세었다. 냉기는 이내 누그러져 제 갈 길을 갔다.
밖에서 바라보니 실내는 유난히 따스해 카페 창틀을 프레임으로 그 안의 사람들이 죄다 부드러운 톤의 인상파 그림의 인물들 같아 보였다.
바람 세진 날에 온통 시리디 시린 것만 먹었으므로 우린 곧 실내로 옮겨 따뜻한 커피로 냉기를 달랬다. 사람들이 가득한 그림 안으로 들어오자, 겉은 평온한 듯 알아차릴 듯 말 듯 슬며시 흐르는 이곳의 마법이 실내 훈기와 함께 온몸을 감싸왔다. 연둣빛 기둥 옆 의자에 앉아 옆을 바라보니 옆 테이블 커플이 낯익었다. 자기 여자에게만 집중해 있는 남자의 애틋한 눈빛, 그들은 어제 다른 쪽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저렇듯 서로에게 열중해 있으니.
이 카페의 분위기 때문에, 영화 ‘초콜릿’이 떠오른다. 노마드한 인생조차 정착하고 싶게 만드는 온기의 이름 초콜릿. 나는 어쩌면 그 반대의 이야기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근 10년간, 원하는 만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들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존재들은, 아직은 한 곳에서 보호받기 원하는 내 자아의 거울들인 셈이다. 나에겐 이들을 돌봐야 할 업보가 있어 이 업을 맺게 되면 그때는 원하는 만큼 떠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떠나게 될 때, 이 카페는 언제 지상에 있었냐는 듯 다시 착착 조립되어 땅속으로 숨어들 것만 같다. 땅속에서 갈무려져 잠시 솟아난 이 달콤한 온기의 공간은. Au revoir. A de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