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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씨

by 래연




없는 의욕에게도 허수아비 옷을 입혀 바람에 놓아두면 한들한들 펄럭펄럭 춤을 추는 시늉을 한다.


얼핏 신나 보이기도 한다. 바람만 불어주면 언제까지고 춤출 수 있다는듯. 내일이고 모레고 바람만 불어주면 옷자락을 펄럭이며 뭇 참새들을 웃게 할, 텅 빈 들판의 찰리 채플린.



그러는 사이, 부들부들 산들거리지 않는, 그저 거세기 그지없는 바람들이 여러 차례 머물다 떠나면, 허수아비의 옷자락들까지 뜯어 간다.


처음부터 해진 옷감으로 꿰맨 데 투성이었던 옷은 여러 갈래로 찢겨져 날아간다.

남은 조각 하나는 저 자신의 깃발 하나 삼기에도 비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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