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손으로 뭐라도 쓰고 있으면 잠시 외로움은 면하지

by 래연





생성에 얽매여 있다.

생성하고 있지 않는 순간을

죽은 것처럼 자주 느낀다.

어느 허접한 거라도 만들어 낼 때만 그래도 살아 있나 싶다.

살아 있는 인간이란 다 이렇거니 여기기도 하고 혹은,

우리 민족에게 배일 대로 배인 집단적 恨 때문일까도 생각한다.

지난 세기 중순부터의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발전상을 떠올려보며

이것은 다 그동안 외압과 외침에 베어져 넘어간

쌓일 대로 쌓인 선조의 시체들이 우리의 피를 끝없이 추동하여

그 이전 살던 상태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게끔

밤이고 낮이고 몰아붙인 결과가 아닐까 여겨보았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거나 노는 것 같으면

견딜 수 없이 뭔지 모르게 불안해지게끔.

왜 이렇게까지인지 모르며 움직이고 또 움직여

끝없이 생산하도록.




돌이켜

내가 했다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내가 한 것 같지가 않다.




문학은,

문학이라 말하기는 거창하다면

내가 이렇게 끄적여대는 그저 유사 문학 같은 것은

아무튼 쓴다는 것은

쪼잔함에 대한 옹호이다.

세상의 갖은 틈새의 것들에 대하여서는

저 거짓처럼 밝은 세상에 매번 대놓고 말하게 되지는 않으니까.




마주치기.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손뼉 치기 말고도 수천 가지나 될 테니

굳이 손뼉 하나쯤 아니 쳐도 무슨 대수 리오 싶지마는

외팔이 아니라 양 팔을 갖고 살면서도 손뼉을 치지 못한다면

팔을 가진 恨이 된다.

마주쳐 지나가며 하이파이브 한 번 하지 못하는 것은

매양 지나가기만 할 뿐인 인간의 恨이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