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사시사철
햇빛이 남아돈다
과분하고
과분하다
한겨울조차
낮 어느 시간 옅은 커튼을 슬며시 젖히면
틈새를 놓치지 않는
햇빛은 또다시 넘쳐나고
남고
또다시
나를 남긴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절로 죄책감이 든다.
내가 이 햇빛을 경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어느 플랫폼을 가나 이제 우울은 공동의 전제, 만인의 콘텐츠가 되었다.
주변을 봐도 정신과 약을 찾는 이들의 반경이 확대되었다.
요새 우울은 반려동물이다.
10대부터 이미 이후 내가 거쳐 지나온 모든 세대마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이 산, 다 살아버린 느낌이었다, 늘.
이 모든 게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것이 희미한 희망이다.
글이나 책을 많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딱히 이것들밖에 취할 것들이 만만하지 않기에 읽기나 쓰기로 돌아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