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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Nov 03. 2021

프랑스도 EMS 되나요?







어젯밤엔 제가 방전이 되어 숙환인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공복으로 가서 백신을 맞고 왔어요.


기력이 꽤 딸렸고 기분도 푹 저하되어 있었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몸을 일으켜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모아, 저도 이 참에 처음 적어보는 피노키오 엽서에 감사의 말을 몇 자 적어, 둘둘 책을 포장하여 우체국으로 향하였어요.



처음 우체국에서 부쳐보는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행선지는 프랑스 샤를르빌 소재의 세계 인형극학교(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 며칠 전 그곳으로부터, 제 �책을 비치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오셨거든요.






책에는 텀블벅 후원자 여러분이 받아보신 달팽이 �도장과 함께, 역시 여러분이 받아보신 싸인 글귀를 프랑스어로 옮겨 적었죠.


'여기는 당신을 위한 극장의 입구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인형과 함께이군요? 인형들은 공짜랍니다.'








이왕이면, 책이 발매된 딱 이번 주를 넘기기 싫었습니다. 갓 지은 밥, 식기 전에 상에 올리는 기분으로.



가자마자 저와 면이 익은 상근 여자 경찰 분이 대뜸, 어디로 보낼 거냐 물었어요. 프랑스라고 하자, 요새는 종이에 적지 않고 모바일로 신청한다면서, 우선 창구의 직원에게 물었어요.


"프랑스도 EMS 되나요?"



된다고 확인이 되자, 컨디션 저하 주의력 결핍으로 계속 멍해 있는 제 앞에서 경찰님이 다 알아서 해주셨어요. 자 여기 큐알을 찍고요, 이름은 복사해서 붙이고, 코드 적으면 도시 뜨고, 상세주소도 이렇게 저렇게.....


제가 입력하는 사이, �박스도 척척 조립하더니, 자 이제 창구 번호표 뽑아오라며, 박스도 테이프로 안전에 또 안전, 붙여주셨죠.







경찰 님이 능숙하고 말끔하게 조립하고 테이핑 하신 늠름한 상자.







창구로 갔고 곧 창구직원분께서는 제게 확인증을 주셨어요. 그것을 제가 두 번씩 훑어 꼼꼼히 들여다보는 사이, 상자는 어디 뒤편으로 사라져 있었어요. 



약간 허탈한 마음으로 저는 확인증을 받아 들고 나오다가는, 프랑스로 보내는 이 상자 사진으로 남겨놔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결국엔 다시 갔습니다.





                                                                        







                                                                                                                                           샤를르빌 세계 마리오네트 학교 자료센터 사서 님 앞






"저기,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데, 상자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되구말구요!"


또 그 경찰 님이 기다렸다는 듯 상자를 갖다 주셨을 뿐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각을 잡아주시며, 여러 각도로 찍으라고 코치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이 넘어가기 전에 그 경찰님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이렇게 떠난 상자는 샤를르빌 세계 인형극학교에 무사히 도착하여 비치되었답니다.




지난달의 기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인 랭보를 찾아갔던 거기에서, 학교 시계탑 뒤 건물 안쪽의 대형 마리오네트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순간을 기억해요. 바로 그 학교에 책이 놓이다니! 

저의 고통스럽고 혼란했던 어린 시절, 하나의 몹시 반짝이는 별이었던 시인 랭보, 그가 묻혀 있는 그의 고향에서 내 책이 숨을 쉬게 되다니!

랭보라는 영혼은 대체 무엇일까 싶어요!! 










진짜 사람이 되길 꿈꾸었던 나무인형 피노키오처럼, 이미 인간인 우리 역시 또 다른 존재가 되길 갈망한다. 

이 세상이라는 인형극 무대에 던져진 마리오네트 같은 우리 청춘의 이야기. 

세계 인형극축제의 향연 속, 고향을 찾아가는 반딧불의 행렬처럼, 자유와 소통을 향한 마음의 여정이 펼쳐진다. 


발간 전 프랑스 세계 인형극 학교에 초대되어 발매와 더불어 비치된, 

한국 최초 인형극 에세이,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구매는 여기로

      https://linktr.ee/ulfe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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