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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Dec 16. 2022

문해력이란 단어는 이전 시대엔 딱히 들려오지 않았다



이전 시대에 그 존재가 뚜렷지 않다가

어느덧 부지불식간 어디선가 태어나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느껴지는 단어들이 있다.

'문해력'이란 말도 그중 하나다.

언젠가부터 들려온 이 단어의 어감이 생뚱맞고 약간 해괴하게도 느껴졌다.


새로 유행하는 단어들 중 어떤 것들은

현시대에 새삼 드러난 결핍을 반영한다.


문해력이 요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던 나는

도서관 사서인 친구에게서 실태를 들어 알고는 놀랐다.

그 정도였다니!


친구는 이 실태가 상당수 

한자의 습득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꽤 타당해 보인다.

한문이 필수가 아니게 된 이후 세대서부터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그래서 생각 있는 엄마들은 

한문을 사교육으로 따로 시킨다고 한다.


웬만한 관념어들 그리고 관념어 아닌 것들도

상당수가 한자로 되어 있는데, 흠.


기억에 한 20여 년 전부터

출판계 독서 트렌드의 느낌이 이전시대와 크게 바뀌었고

'정말 이 정도인가?!'싶은 독서 시장의 느낌이 든 건 또 요 몇 년 사이.


옛날 같았으면 팔리기는커녕 시장에 나오지조차 않았을 책들이

거대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얍삽이 횡행한다 싶었는데......


그냥 사람들의 삶이 너무 피로해 

무언가 생각이라곤 하기 싫어진 나머지

오로지 단순 명쾌 정답 공식, 이런 코드만이 횡행하는가 싶었는데,

이런 시류에 문해력 이란 말이 전면에 나오게 된 배경까지 겹쳐 있었나 보다.


약간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이젠 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별로 수긍하고 싶진 않다.


내 맘 속엔

쉽게 윤곽을 그려낼 수 없는 'Beauty'에 대한 갈망이 깊다.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대뜸 대답하기는 힘든 무엇들에 대한.

아름다움에서 모호함이란 요소가 빠진다면...을 난 생각할 수 없는데

이 모호함이란 건 현시대에 그리 인내되지 않는 요소인 것 같다.

당장 내 눈 앞에 드러나 만져지는 무엇이어야만 

지금 이 시간이 참아질 것 같은 조급함의 시대.

그래서 점점 더 간단한 것으로 최대한 환원시키고자 하는 정신의 흐름,

그걸 잘 하는 사람들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나는 모호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잘 설명하지는 못하는 채라도 내 안에 머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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