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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Nov 26. 2022

이제 그냥 세상에다 버리려고요





나 혼자 안고 있을 땐 괜찮아 보이다가도 

밖에 내보낼 땐 내보내느니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 싶을 때가 

많은 게 아니라 거의 아닌 적이 없다.



자신의 것을 홍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싶었던 적도 많다.


그런데 모두들 그러고 산다.

내가 만든 이것은 이렇게 가치 있다고들

만방에 외치는 시장판이다.



내게 괜찮은 건 남에게 괜찮을지는 두 번째고

항상 직면하는 느낌이란

세상 속도는 무지 빠르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그리 관심이 없다는 것,

그래서 내가 말을 하는 사이에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다음에 가야 할 곳을 상대방이 더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냥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니,

이런 속에서 무언가를 외친다는 데서 늘 언밸런스를 느낀다.



기본적으로 이런 유의 허무감에 자주 물들어 있다.


그런데 

지난주에 들은 말들 중 마음에 남는 말.


위의 내용을 전하는 말 끝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주 그냥 버리고 싶어요."


그러자 이에 대한 답으로 들은 것은

"전 그냥 이제 세상에다 버리려고요."



가치를 주장할 땐 이게 무언가를 위하는 것처럼 목에 힘을 주어 떵떵거리지만

위한답시고 위하는 게 의도처럼 그렇게 위해지지 않는 것들도 태반이고

버린답시고 버리는 게 남에겐 예상치 못하는 소용이 되기도 할 것이다.

세상은 내가 위한답시고 위해질 만큼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 자기 의도대로 무언가를 위한답시고 하는 것은 때론 얼마나 억측인가!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위해야 하고 어디에 소용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무언가를 그냥 하고 편하게 흘려보내는 거에 대단한 걸림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아무튼 어릴 때 받은 도덕 인성 교육에 좀 결함이 많다.

이상한 의무치와 이상주의가 어깨에 잔뜩 올려져 있었다.

요즘은 현실성 없는 그런 교육 좀 덜 시키려나?


세상을 위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 버릴 게 많다.

버릴 게 잔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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