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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Jul 27. 2024

1화. 싸이월드 시절의 육묘일기의 시작-별이의 임신



별이의 초음파 사진

(2003.8.15)     

별이의 초음파사진이다. 
이거는 한 달전쯤 찍은 거고, 
어제는 엑스레이를 찍어 별이의 뱃속에 네 마리가 들은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새로운 고양이 네 마리를 얻게 된다. 
지금 있는 놈들이랑 하면 다 길러줄 수가 없어 그중 세 마리는 다른 데 입양시켜야 할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스산하다. 
입양시킬 생각을 하는 고양이들이라 이름도 지어놓지 않는다. 
 
출산할 상자를 마련하고 신문지랑 수건도 깔아놓고 아기고양이용 분유도 주문했고... 
그런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기뻐할 법도 한데 도리어 마음이 아프다. 
다 길러주지 못하니까... 잘 길러줄 곳을 찾는 것도 숙제고.. 
이럴 땐 눈치 보고 않고 마음껏 여러 마리를 기를 수 있는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더라도 생명의 탄생은 그게 고양이건 사람이건 정말 축복받을 만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고 새로운 아이들이 살아야 할 곳은 열악한데... 
 
물부족이니 공기가 어쩌고 하고 떠드는 것은 그걸 실감하거나 관련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이들뿐이고, 사람들은 자기가 어렸을 때보다 살 곳이 많이 오염되었음을 못 느끼지 않을 텐데도 별생각 없이 당연히 교미하고 아이를 낳는다. 
자기 아이에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자식을 사랑하네 하며, 자기 번식만 끝나면 인간구실을 다했다는 듯이 뿌듯해하며 이 세상을 떠나가곤 한다. 남겨진 자손이 어떻게 살건 말건. 
대책 없는 인간들이다. 가장 중요하고 너무 당연한 걸 오히려 더 잘 까먹고 생각도 안 하고 오로지 남들의 말만 반복하면서 자기 행위에 정당성을 주며 살아가지 않는가.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고 그럴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것들을 자식들에게 책임감 없이 계속 떠넘기면서... 
새끼일 적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을 때만 예뻐라 하다가 크면 귀찮아 내팽개치는 수많은 고양이주인들과 보통의 인간부모들은 잘도 닮아있다. 
자식을 애완동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귀여운 걸 만들어 마음을 채우고 싶어 멋대로 만들고 그다음은 적당한 순간에 내평개치는...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걸까.. 
누군가 다른 관점에서, 아닌 이유들을, 제대로, 우회하지 않고 일아들을 만하게 내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살만할 텐데...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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