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의 성
포르투의 청명한 하늘
2017. 9.9 pm12;14
구구 비둘기의 날이다. 여긴 비둘기보다 갈매기가 더 많다. 항구마을 빛나는 창공 갈매기들은 높이 달아둔 편지지 뭉치처럼 펄럭인다.
사연은 곤두박질도 할 줄 안다.
학창 시절에 배우기를, 종교의 정의를 '궁극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라고 들었다.
어조가 퉁명하건 유머러스하건 겉으로의 문체에 상관없이, 진지한 무언가를 만나면 반가워 기대게 된다. 지금의 내게 종교적인 것의 정의는 '진지함을 띤 모든 것들'이다.
블로그의 세계를 오가며 무의식 중에 찾는 것들도 그러한 진지함의 신전이다.
이 모든 것들은 흩날리는, 아무것도 아닌 거야라고 비웃고 약 올리는 세계에서, 그렇지 않아 그렇지만은 않아하며 마음을 매어주고 붙들어주는 작은 리본 매듭 하나라도.
사방이 스산히 여겨질수록 더욱.
종교만큼이나 나는 미신도 신봉하기에, 지난번 리스본의 성에서 주운 공작의 깃털들을 마침내 오늘은 버리기로 했다.
공작털 때문인지는 누가 확인하거나 증명할 수 있으리오. 그런데 공작털을 주운 이후로부터, 첫 숙소의 주인은 내 셰이커 통 속에 든 용수철처럼 생긴 걸 임의로 버렸고, 어제는 뜨개 질감을 넣어둔 봉지를 분실하였으며, 그리고 오늘 아침엔 안경이 사라져 있음을 발견했다.
사라진 게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공작 깃털이라도 버려 보기로 했다. 최소한 안심이라도 해보게끔.
내 눈엔 서양이란 동네가 통째로 공작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