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전제는 열린 마음이라던가 배려의 태도랄지 대화의 기술 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 인지가 그 시작점이다.
원하고 간택한 적 없는 남녀가 섞여 나라는 개체가 태어난 거서부터가, 고유한 내 것이랄 만한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내 생각, 감정, 느낌이라 당연히 간주한 것들엔 워낙 미심쩍은 것들 투성이라.
감당이 딱히 안되지는 않아서 '괜찮다'는 범주에 넣은 항목들이 나중에 내 안에서 역류하며 반란하여 일어난다던가 할때, 내 자신에게 괜찮고 그렇지 않고조차 애초에 나 자신에게 얼마나 불분명했었는지.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이 언저리에서 스멀대는 순간에도, 이 느낌을 지우고 압도하며 '괜찮아야 하는데? 괜찮지 않으면 어쩔건데? 괜찮아야만돼!'라고 강제하는 목소리가 갖은 형태의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소통의 전제가 불실한 이상 대화를 회피하기로 했다. 나 아닌 무언가에 닿고 싶은 마음은 절절해 왔으나, 나조차 내 안에서 동상이몽하고, 내가 투명하지 않으면 대화란 끝없이 나를 기만하게 되는 통로가 되고마니, 마음이 추워도 그냥 핫팩을 꺼내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