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지금의 미디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두환 시절까지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수가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언론 통제를 통한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건 독재 통치자로서 가장 손쉽고 강력하게 국민을 장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국민의 다양한 볼 권리, 알 권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세계적으로도 미디어 매체의 다양성이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이명박 정부는 종편(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합니다.
하지만 이때 선정된 종편 채널을 보면 MBN, 채널A, TV조선, JTBC와 같이 기존 강력한 레거시 미디어인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주관하는 종편 채널만 허가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조선, 중앙, 동아 이른바 ‘조중동’ 이라고 부르는 레거시 미디어는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던 그 빛나던 역사 의식은 바래고 어느 새 거대한 보수 성향의 기득권 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편향적인 성향의 거대 미디어로만 이루어진 종편 채널의 선정은 국민의 균형잡힌 다양한 알권리에 대한 침해이기에 한창 논란이 야기되었습니다.
이후 이들 종편은 이명박 정부와 보수 진영만의 눈과 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손석희작가는 다들 아시는 분입니다.
한때 그의 인기는 그를 강력한 대권 후보로 추대하기도 했습니다.
1956년 출생입니다.
박원순 전시장, 노회찬 의원과 동갑이라고 합니다.
믿든 말든…
뉴스에 그리 취미 없던 시기에도 MBC 손석희가 진행하는 100분토론과 라디오 시선집중은 시간이 되면 보고 듣곤 했습니다.
손석희가 JTBC로 옮긴 이후에는 ‘세월호’,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지속적으로 균형있게 보도하는 메인 앵커 손석희의 뉴스만을 챙겨 봤습니다.
나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있는 뉴스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책 ‘장면들’은 손석희가 직접 일선 현장에 있으면서 느끼고 소통했던 이슈들에 대한 정리입니다.
이 책의 단 하나의 주제는 #어젠다키핑 (Agenda Keeping) 입니다.
그 동안의 미디어는 #어젠다세팅 (Agenda Setting)에 치우쳐왔습니다.
‘단독’, ‘특종’의 타이틀을 달고 확인되지 않은 찌라시까지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레거시 미디어의 1면에 누가 빨리 어젠다를 선점하는냐의 경쟁입니다.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지면 제기한 어젠다의 결과에는 관심이 없어 흐지부지해지며 이내 다른 어젠다를 찾아 헤맵니다.
사그라진 이슈는 국민의 눈앞에서만 사라졌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고 오히려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를 끝까지 지켜보고 알려야 하는 미디어의 책임감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손석희는 어젠다 키핑을 현재 미디어가 가져야 할 중요한 테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부에 소개하는 현장들의 장면에도 이런 어젠다 키핑을 고수했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소개입니다.
세월호의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은 솔직히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울분과 미안함으로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는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서, 너 장 읽다 책 속의 글자가 흐릿해져 더 이상 읽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미디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월호 뉴스에서 멀어질 때 JTBC는 팽목항의 일출과 일몰을 계속 국민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 날을 쉽게 잊지 말자는 미안함이었으며, 300명의 아이들이 죽었는데 잘못했다는 사람 한 명 나타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의 보도였습니다.
최순실 사태의 트리거가 된 태블릿 PC 이야기입니다.
JTBC를 한 단계 격상시킨 엄청난 단독 보도였죠.
이날 발사된 태블릿 PC의 총성은 재판관 전원 일치의 주문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미투 뉴스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정치, 문화, 스포츠, 교육 각계 각층의 미투는 끊이지 않고 들불처럼 피어올랐습니다.
그동안 숨어 지내던 피해자들은 “나의 잘못이 아님을 이제 알았다.” 는 말과 함께 한 명 한 명씩 세상 밖으로 숨겨둔 어려운 이야기를 뱉어 냅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입니다.
손석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결정적인 펀치가 될 수도 있는 ‘에리카 김’의 인터뷰를 준비합니다.
이 인터뷰로 인해 손석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눈엣가시가 됩니다.
다소 1부에 비해 흥미가 떨어지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저는 2부가 더 짜릿합니다.
알고 싶은 궁금증에 대한 손석희 작가의 생각과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습니다.
- MBC에서 JTBC로 손석희는 자리를 옮깁니다. 왜?
- 검찰 개혁과 조국 사태로 촛불 집회가 한창입니다.
JTBC의 현장 중계를 하는 리포터의 뒷편으로 ‘돌아오라, 손석희!’ 푯말이 잡힙니다.
저도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태블릿 PC, 세월호 사건, 미투의 중계로 권력에 편향되지 않는 진정한 저널리즘의 상징인 손석희입니다.
하지만 그의 검찰 개혁에 대한 뜨뜨미지근한 보도 태도에 대한 국민의 일갈이었습니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 JTBC는 보수성향인 중앙일보의 종편 채널입니다.
MBC 노조 간부였던 손석희가 과연 JTBC에서 그가 하고 싶은 뉴스를 만들 수 있을까?
삼성일가가 운영하는 중앙일보인데 MBC에서 삼성노조를 파헤치던 그 기개를 과연 JTBC에서 펼칠 수 있을까?
그의 생각과 보도가 오염되지 않을까?
-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양 문화권에서도 모든 미디어는 보수 또는 진보의 성향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게 아닙니다.
그럼 균형잡힌 공정한 저널리즘이 되려면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강조합니다.
‘품위’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술 먹고 안주거리로 얘기하는 가십거리로 지면을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취재 대상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줄 수 있는 저급한 보도는 자제하자는 얘기입니다.
저널리즘은 경비견이 아니라 감시견이 되어야 합니다.
‘저널리즘을 위해 운동을 할 수는 있어도, 운동을 위해 저널리즘을 하진 않는다.’
정치자금으로 4000만원을 받고 정치자금법에 의해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손석희의 뉴스 브리핑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30억을 받고도 부끄러움 하나 없이 눈을 부라리는 의원이 넘쳐나는 세상이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더 개탄스럽습니다.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 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