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by Henry




토마스 아퀴나스는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다. 그는 수도원의 고요한 책상 앞에 앉아 인간의 이성과 신의 계시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자 했다. 그의 글은 논리적이거나 학문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하느님을 사랑했기 때문에 사유했고 더 깊이 이해하고자 했기 때문에 썼다.


아퀴나스는 세상의 소음을 피해 조용한 공간에 머물렀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치열하게 붙들었다. '왜 우리는 믿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가 남긴 글들은 문장이나 논증이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간절함의 흔적이다. 그는 지성의 사람인 동시에 기도의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일화 중 하나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느 날 아퀴나스는 제단 앞에서 깊은 기도에 잠겼다고 전해진다. 긴 침묵 끝에 그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느님은 그에게 어떤 보상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잠시 망설인 뒤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 오직 당신만을 원합니다.”


그의 짧은 대답은 곧 그의 삶 전체를 설명한다. 그는 명예나 칭송, 학문적 권위를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오직 진리를 향한 마음, 신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영원한 것을 향한 갈망이 그를 움직였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뜨겁지 않지만 깊고,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그의 침묵은 말보다 강했고 그의 사랑은 증명보다 깊었다.


<신학대전>은 아퀴나스가 남긴 가장 방대한 저작이자 인간의 지성으로 신을 향해 도달하려는 시도의 정점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세속의 질문을 넘어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깊고 본질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목적은 무엇이며, 이성과 신앙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


책은 하나의 기도처럼 시작해 치열한 논증으로 이어지고 끝에서는 다시 고요한 믿음으로 돌아온다. 아퀴나스는 믿음과 이성을 대립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성은 믿음을 위한 도구이자 길이라고 보았다. [신학대전]은 철학과 신학이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순례의 기록이다.


책 속에서 아퀴나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은 우리의 이성을 넘어서 계시지만 이성을 통해 신에게 다가가게 하신다.”


이 문장은 논증을 넘어선 고백처럼 다가온다. 그는 글을 통해 신을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학대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빠른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지금, 이 책은 우리에게 아주 느린 질문 하나를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믿고 있습니까?”


오늘날의 우리는 신에 대해 논할 때 이성과 감정을 분리한다. 믿음은 비이성적이라 여기고 종교는 사적인 영역에 머무르기를 강요받는다. 하지만 아퀴나스는 말한다. 신앙은 비이성이 아니라 초월적 이성이며 인간의 내면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 중 하나라고


그의 메시지는 믿음과 이성이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인간이 지성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위로를 담고 있다. <신학대전>은 논증의 책이지만 동시에 위로의 책이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근본적인 물음들을 다시 꺼내어 묻고, 그 질문 앞에서 한 걸음 멈춰 서게 만든다.


그에게 진리는 정답이 아니라 평생을 걸고 향해가는 하나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방향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신을 믿든 믿지 않든 우리는 모두 어떤 것을 믿으며 살아간다. 아퀴나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믿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Henry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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