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버헨리 Jul 12. 2024

나이키에(만) 진심인 (이상한) 사람

러닝 세계에 입문하면, 다양한 러닝화 그리고 스포츠 브랜드를 접하게 된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는 많이 들어봤어도 호카나 서코니 같은 브랜드들은 사실 러닝을 시작한 후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한 브랜드에서 러닝화가 한 개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종류가 있는데, 브랜드도 고르고 그중에 또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가격을 비교해서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비단 러닝화뿐이겠는가?

반바지, 긴바지, 기능성 티셔츠, 싱글렛, 장갑, 러닝벨트, 양말, 러닝 모자 등등 골라야 할 제품들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그래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고를 때 남들보다 좀 수월한 편인데, 그 이유는 내가 특정 제품군에서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청바지는 리바이스, 휴대폰, 컴퓨터는 애플, 스포츠용품은 나이키 등 특정 브랜드에 대한 사랑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브랜드 이미지가 나에게 호감을 준 것도 있고, 제품에 대한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고, 어쨌든 제품을 구매했을 때 충분한 가치와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러닝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나이키를 애용해 왔다. 성인이 된 후 내 돈 주고 산 운동화는 모두 나이키이며, 그중 코르테즈, 에어포스1 등은 컬러별로 여러 켤레 있었고, 신발 밑창이 다 닳으면 똑같은 신발을 사고 또 사고 하고 있다. 집에서 입고 있는 운동복 반바지도 나이키이고, 러닝 할 때 입는 운동복도 모두 나이키 제품이다. 양말은 아직 나이키가 아닌데, 그건 아직까지 그냥 집에 있는 스포츠 양말(브랜드 없는)을 신고 있기 때문이며, 아마도 이 양말들이 수명을 다하면, 나이키에서 양말을 살 것 같다.


이 정도면 정신병인가 아닌가 모르겠지만, 특정 브랜드를 사랑하면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 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변명이 너무 구차한가?


사실, 어떤 제품을 살지, 어떤 러닝화를 사야 할지 고르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즘 러닝붐 때문에 소위 잘 나가는 유명한 러닝화들은 나오자마자 품절각이기 때문이다. 나이키도 그렇고 타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별 최상위 프리미엄 카본화는 요즘 출시되자마자 금방 품절이 된다. 이런 현상이 정말 러닝 인구의 증가로 인한 실제 수요의 증가인지 리셀러의 등장 때문인지 혹은 브랜드별 마케팅 전략으로 수량을 적게 만들어 파는 건지 내가 알 수는 없다.


나는 아직 카본화가 없는데, 카본화를 산다면 나이키 알파플라이를 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파플라이2라는 러닝화를 처음 알고 사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여기저기 다 품절이라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올해 초 알파플라이3가 나왔을 때는 <입고 알람> 신청까지 해서 시도를 해봤으나, 3번이나 모두 실패를 했다. 각 에디션별로 출시일이 다 다른데 출시 시각 정각에 들어갔는데도 3번 모두 품절이라는 기막힌 경험을 했다.


아, 나이키가 뭐길래, 러닝화가 뭐길래, 카본화가 뭐길래, 알파플라이가 뭐길래....

러닝을 하지 않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아마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이키만 신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여러 러닝 유튜버 혹은 러닝 책에는 사람마다 발의 모양이 다르므로 절대적으로 특정 신발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고 꼭 매장에 가서 신어보라고 한다.


<아니, 유튜버 선생님들... 신발이 있어야 신어보죠, 알파플라이는 매장에 풀리지도 않고 풀리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품절된다고요.. 아시겠어요?>


러닝 인플루언서들이 저 사실을 절대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물론 러닝붐 이전에는 저 말이 맞았을 수도 있겠다.


요즘 러닝전문 매장에서 발모양을 측정해 주고, 뛰는 포즈를 보고 고객에게 맞는 러닝화를 추천하는 곳이 있다. 나도 혹해서 방문은 아니고 온라인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류의 매장들에는 나이키는 없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나이키만 없다. 나이키 러닝화를 취급하는 발모양 측정해 주는 매장이 있다면 나도 한 번 꼭 방문해 보고 싶다.


참고로 지금 데일리로 신고 있는 나의 러닝화는 <페가수스 39>이다. 1983년 첫 출시 이후 39번째 페가수스 모델이란 뜻이며, 현재는 41번째 모델까지 나와있다. 40년 넘게 같은 이름으로 출시된 러닝화를 어찌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이키만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 바로 여기 있다.

아, 참고로 나는 나이키 주식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내가 나이키에 진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러분은 언제 달리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