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버헨리 Jul 03. 2024

여러분은 언제 달리시나요?

러너라면 누구나 루틴처럼, 뛰는 시간대가 있을 것이다.

물론 칼같이 지켜서 뛰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주로 뛰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러닝을 한 해 두 해 하다 보니, 나도 모닝런, 저녁런, 야밤런까지 다양하게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게 뭐라고 달리는 시간대에 따라서 느끼는 기분이 좀 다르다.


우선 나의 러닝 루틴은 밤에 뛰는 것이다. 애들 재우고 보통 밤 10시 전후에 나가게 된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자꾸 아이들 자는 시간이 늦어져서 나의 러닝 시간이 늦어지는 건 안 비밀...


처음 러닝을 시작할 때부터 밤에 뛰어서 그런지 밤에 뛸 때가 확실히 나는 마음이 제일 편하다. 선선한 밤공기에서 느껴지는 편안함도 있고, 늦은 시간에 뛰고 있는 러너들을 보면 다들 바쁜 시간 쪼개서 운동하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도 든다.


러닝을 시작하고 거리를 짧게 뛸 때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뛰었고, 그다음은 로드러닝 그리고 지금은 천변까지 걸어가서 동네 천변에서 러닝을 주로 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야밤런은 로드 러닝이 꽤 낭만적이다. 밤 10시 이후에는 인도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로드 러닝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시간대이기도 하고, 불 꺼진 도시, 네온사인만 빛나는 도심 속에서 가로등 불빛을 벗 삼아 나 혼자 달리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매일같이 다니는 동네지만, 불 꺼진 동네 이곳저곳을 보면 전에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고, 술에 취한 사람들도 보이고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게다가 밤늦은 시간에는 차도 많이 없어서 매연도 별로 없다.


주말 아침에는 가끔 모닝런을 시도하는데, 자주는 아니고 가끔 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킥하며 밖으로 나가서 뛰는데, 모닝런의 최대 장점은 몸이 가볍다는 것이다. 공복러닝이라 몸도 가볍고, 밤사이 근육의 피로도 회복이 되기 때문에 아침에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야밤런과 비교하자면, 느리게 뛰는 기분이 드는데도 페이스가 보통 모닝런이 빠르게 기록된다. SNS에서 소통하는 여러 러너분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다들 나랑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말이다.


모닝런을 하면 배가 고프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뛰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뛰는 편이다. 그냥 뛰거나 네스프레소 캡슐을 에스프레소(작은 용량)로 뽑아서 한 잔 마시고 뛰기도 한다. 원래 아침마다 네스프레소 캡슐을 에스프레소로 내려서 마시는 것이 루틴인데, 잠이 안 깨거나 몸이 좀 찌뿌둥하다 싶으면 한 잔 내려서 마시고 나간다. 어디서 들은 바에 의하면, 카페인이 긴장완화,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원래 아침을 안 먹는 편이라, 딱히 뛰면서 배고프지는 않다.. 물론 격렬한(?) 운동을 하니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허기진 그 느낌이 이상하게 카타르시스처럼 느껴진다. 공복에 가벼운 몸으로 뛰면 왠지 기록이 더 잘 나올 것 같은 기대감도 들어서 밤보다 좀 더 흥분된(?) 상태에서 뛰게 된다.


지난겨울에는 지독한 추위에 필살기로 퇴근 전에 늦은 오후에 러닝을 했다. 운동복과 러닝화 한 켤레를 사무실에 갖다 놓고 퇴근 전인 5시 전후에 나가서 뛰고 나서 퇴근을 했다. (나는 자영업자라 어느 정도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한겨울에 해가 있고 없고는 정말 천지차이다. 해가 있을 때 뛸 수 있다는 건 진짜 축복임이 틀림없다. 해질 무렵 뛰는 건, 그림자를 보는 맛이 있다. 혼자 뛰지만 해 질 녘의 그림자가 러닝메이트가 되어 외롭지 않다. 그래서 뛰기 전에 시간을 보고, 해질 시간과 그림자의 방향을 계산해서 러닝 루트를 정하고는 했다. 아무래도 반환점 찍고 돌아오는 길이 힘드니까,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에 그림자가 내 뒤가 아니라 내 옆이나 앞으로 생기게끔 말이다.


사실, 퇴근 전에 뛰는 일은 야밤런 이상으로 피곤하다. 뛸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2배속으로 마치고 부랴부랴 나가서 뛰니 온몸이 피곤한 상태다. 밤에는 저녁 먹고 좀 쉬었다가 뛰기라도 하지.... 얼른 뛰고 집에 가야 하는 육아 러너의 숙명이다.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뛰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피곤이 풀리고 뛰게 된다. 모닝런/야밤런에 비해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전화. 업무 관련 혹은 지인들로부터 러닝 중에 연락이 오는 빈도가 모닝런/야밤런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러닝 중에 대부분 전화를 안 받기는 하지만, 전화벨이 울리고 진동이 오는 것만으로도 리듬이 깨지고, 자꾸 신경에 거슬린다.


여러분은 언제 달리시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 시대의 러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