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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Jul 23. 2024

우중런, 그냥 뛰면 됩니다.

우중런 하는 법


- 비 오는 날 어떻게 뛰냐고요?

- 그냥 뛰면 됩니다.


예전에 본 유튜브 숏츠에서 마라닉TV의 올레님이 하신 말씀이다.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런 류의 영상을 보긴 봤다. 작년 장마 때 뛸까 말까 하다가 찾아본 영상이었는데, 그때도 뛸까 말까 고민하다고 그 영상을 보고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비가 오면 그냥 맞고 뛰면 된다. Why not?


나는 언제 우중런을 처음 경험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아마도 뛰다가 중간에 비가 와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비를 맞고 뛰었던 경험이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비가 오는데 왜 뛰어? 굳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나의 시간과 의지, 열정이 뛰어야 할 순간인데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비 맞고 뛸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바쁜 일정 중 고르고 골라 뛰는 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3일에 한 번, 4일에 한 번 뛰는 루틴 중의 하루가 비가 오는 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엔 비 오는 날은 그냥 러닝을 쉬는 날이었다. 이유는 없고, 당연히 비가 오면 안 뛰는 줄 알았다. 그런데 러너들의 SNS들을 보니, 비 오는 날도 뛰는 사람이 꽤 많았고 인증샷들이 막 올라와 있었다.

<와, 멋진데?>

나도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러닝화가 하나밖에 없는 단 켤레 러너였다. 애지중지하는 나의 하나뿐인 러닝화가 비에 젖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러닝 초보시절이었으므로 당연히 러닝화도 새 신발(?)이었으니...


그러다가 아마도, 앞서 언급했듯이, 뛰다가 비가 와서 러닝화도 젖고, 본의 아니게 우중런을 한 것 같다. 비 맞고 뛰는 거 별거 아니네. 그냥 비 맞고 뛰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나도 새 러닝화도 한 켤레 사고, 드디어 헌 러닝화는 비 오는 날 전용 러닝화가 되었다. 물론 비 오는 날이라고 무조건 뛰지는 않고, 적당히 비가 오고, 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에만 우중런을 한다. 보통 바람막이를 하나 걸치는 것 말고는 평소 달리기와 딱히 다를 건 없다.


신기한 건, 비가 오는 날 뛰면 케이던스가 평소보다 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헌 러닝화여도 신발이 젖는다는 것, 젖은 신발을 신고 뛰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사뿐사뿐 스트라이드도 짧게 가져가니 케이던스가 오르는 것 같다. 아무리 조심해서 뛴들, 비가 오면 신발은 젖기 마련이고, 좀 젖은 후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힘차게 그냥 뛴다.


요즘 같이 습한 장마기간에는 오히려 우중런이 하고 싶기도 하다. 불쾌하게 습한 것보다 비에 젖는 편이 오히려 기분이 더 좋기 때문이다. 나는 러닝모자도 없기 때문에 그냥 비를 온전히 머리와 얼굴로 다 받아내는데, 앞이 안 보여 연신 얼굴에서 빗물을 닦아 내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안경 쓰시는 분들은 좀 더 불편할 것 같기는 하다. 나도 안경은 쓰지만 러닝 할 때는 보통 안경은 벗고 나간다.


우중런은 평소에만 마주하는 일은 아니다. 나의 경우 두 번이나 대회 때 비가 왔다. 대회 참가 경력이 몇 번 되지도 않은데, 두 번이나 우중런을 했고, 둘 다 출발 후 중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중 한 대회는 정말 러닝화가 젖어도 너무 푹 젖어서 한 발짝 한 발짝 바닥에 착지할 때마다 내 체중이 신발 아웃솔, 인솔에 있는 물을 쫙~ 짜내는 느낌이었다. 신발 안쪽이 수영장이 된 느낌이랄까? 양말이 젖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발바닥도 미끌미끌해졌는데, 그 쯤되니,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비에 젖은 무거운 러닝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대회에서 개인 하프 PB기록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아마, 대회가 아니었다면, 그 정도 빗줄기에는 뛰지 않았을 것이고, 뛰다가 그만뒀을 것이다. 대회가 아니었다면 언제 또 그렇게 퍼붓는 비를 맞고 뛸 수 있었겠는가.


우중런이 하고 싶은데, 망설여지거나 두렵다면 한 번 뛰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비가 와도 뛸 것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면 도움이 된다.

나도 비가 와서 뛸까 말까 고민하게 될 때, 아침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다.

<오늘 밤엔 비가 와도 뛸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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