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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게 러닝이란...

by 존버헨리

나는 40대에 러닝을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아직 40대이며, 러닝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을 넘고 있다.

그 말인즉, 20대의 러닝, 30대의 러닝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가올 50대, 60대에도 러닝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의 영역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으니, 나는 20대, 30대의 정신과 신체를 가지고 러닝 하는 경험은 앞으로도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다. 큰 아쉬움은 없지만 가끔 궁금하기는 하다. 과연 내가 20대에, 혹은 30대에 시작했으면 지금과 같은 양의 노력이었다면 더 빨리 뛸 수 있었을까? 혹 울트라 마라톤이나 철인 3종에 도전할 수도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지금 나이에도 더 빨리 뛸 수도 있고, 울트라 마라톤이나 철인 3종경기에도 도전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가 얼마 전 참가했던 2024 춘천마라톤대회 일반부 우승자의 나이와 기록을 보면, 일반부 남자 우승자는 40대 후반의 공무원이며, 여자 우승자는 40대 중반의 가정주부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부 남자 우승자 송영준 님의 기록은 2시간 28분 52초로 엘리트 남자 1위 기록인 2시간 20분 36초와 8분의 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밥 먹고 운동만 하는 20대 초반의 선수와 직장 다니며 틈틈이 운동하는 40대 후반의 기록 차이가 8분이라니, 내 생각엔 이 정도면 거의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물론 마라톤에서, 그것도 기록이 좋을수록 1분 1초를 앞당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일반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큰 차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일반인 여자 우승자는 마라톤 입문한 지 이제 3년 차라고 한다.


이 정도면 러닝은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인가, 타고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대한민국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40대 아저씨로서 가슴 한편이 그냥 뭉클해지고 따스한 위로를 받는다. 먹고 사느라 가장 바쁜 나이대에 20대, 30대를 제치고 우승이라니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신체 나이는 또 어떠한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한들, 그들과 신체 나이가 비슷하면 비슷했지 더 좋을 일도 없을 것이다. 어디서 본 기사에 의하면 축구선수 호날두의 신체나이가 아직 20대라고 하던데, 밥 먹고 운동만 하는 돈 많은 재능 있는 선수가 그 정도이니, 일반인은 분명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이하일 것이다.


춘천 마라톤 브로셔에 보면, 나이별, 성별 참가자 데이터가 표로 기재되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풀코스 참가자수가 20대는 911명, 60대는 1114명으로 20대 참가자 수가 60대 보다도 적다. 물론 이 자료만 가지고 20대가 60대보다 러닝인구가 더 적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참 흥미롭다. 참고로 3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은 40대가 참가 비율이 제일 많았다. 20대에 러닝을 하지 않았던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사실 20대에는 러닝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이 있으니, 동적이지만 정적인 러닝에 큰 흥미를 가질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반면에 여성 참가자수는 40대의 여성 참가자수가 엄청 적었는데, 이 부분은 아마도 육아, 양육에 따른 시간 부족으로 40대 여성의 러닝 인구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특히 그 비중이 높은 여성의 경우 커리어 우먼으로써의 경력만 단절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운동도 꾸준히 하기 참 어려운 그런 세상이다. 나도 장거리를 도전하면서 시간을 길게 내서 운동하는 게 참 쉽지 않았으니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 남성의 경우는 참가자수가 좀 많은 편이니, 역시 집안일, 육아의 참여도가 여자가 훨씬 높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도 왠지 운동을 하지 않는 아내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춘천마라톤 대회 우승자가 남녀 모두 40대라는 것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신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 20대 30대를 제치고 우승이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고, 다른 한 편으로는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해서 저 자리에 올랐을까 하는 경외심도 든다.


40대... 늦었다면 늦은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 무언가 시작하고, 아주 아주 잘 해낼 수 있는 나이다. 어찌 보면, 시간 내기도 힘들고, 삶도 가장 고단할 시기지만, 그런 장벽들이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안철수 님도 50대의 나이에 러닝을 시작해서 풀코스를 완주했고, 이번 춘천마라톤 최고령 참가자는 남자 82세, 여자 75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40대 러너들, 파이팅입니다.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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