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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뛰고 싶습니다만

by 존버헨리

나의 러닝 루틴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밤에 뛰는 러너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아이들을 재우고 밤 10시, 11시 정도에 10km 내외를 뛰는 그런 러너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이러한 패턴이 나의 러닝 루틴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말에는 간혹 아침에 일어나서 뛰기도 하고, 너무 추울 때는 낮에 뛴 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밤에 뛰는 러너이고, 밤에 뛰는 게 제일 익숙하다.


그렇게 2년, 3년을 뛰었는데도 밤에 뛰러 나가야 할 때가 되면, 아 뛰지 말까? 내일 뛸까? 아니면 새벽에 뛸까? 이런 잡생각이 든다. 그런 것 보면 아직 루틴이 아닌지도 모르겠네. 이 귀찮음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밤에 해야 할 숙제도 많아지고(저녁에 하면 좋으련만), 취침시간도 점점 늦어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늦게 잘수록, 뛰러 나갈까 말까 하는 나의 고민도 점점 늘어난다. 10시나 10시 30분만 돼도 후딱 뛰러 나갈 텐데, 11시쯤 되면, 아 언제 뛰고 언제 씻고 언제 자냐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나이 탓인지 밤만 되면 너무 피곤하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내 체력도 방전이 된다. 러닝도 꾸준히 하는데 체력이 늘지 않는 건 정말 나이 탓인 건지, 뛰기 싫은 기분 탓인 건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이 뛰는 횟수를 줄이고 거리를 좀 늘려야겠다는 것과 밤러닝 대신 새벽 러닝을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뛸 걸, 거리를 늘리서 두 번만 뛰면 왠지 시간 관리에 효율적일 것 같고, 밤 대신에 새벽에 뛰면 뭔가 더 의욕 넘치게 러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란 사람으로 말하자면, 평생을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항상 밤늦게까지 숙제하고 음악 듣고 인터넷 하다가 새벽 한두 시에 잠들던 그런 사람이다. 그나마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났던 시절은 군대시절과 아이들이 갓난아기였던 시절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새벽에 뛸 수 있을까?


날도 이제 따뜻해지고 해 뜨는 시간도 빨라지는 시기라서, 새벽 러닝에 도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며칠 전에도 여느 날과 같이 아이들 재우면서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아, 아이들 잠들면 지금 뛰러 나갈 것인가, 새벽에 뛰어 보는 걸 도전할 것인가>


결국 그날 밤, 나는 뛰러 나가지 않았다. 대신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추고 잠이 들었다. 너무 긴장을 하고 잔 탓인지, 나는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새벽 3시에 눈을 떴고, 다시 새벽 4시에 또 눈을 떴다. 새벽 4시에는 눈을 떠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몇 십분 자다가 또 일어나가 러닝 하러 가야 돼?? 차라리 지금 일어나서 뛸까?? 너무 이른데?? 시간도 애매하고 뛰고 와서 또 잠깐 잘 수는 없잖아???>


결국 새벽 4시에, 5시로 맞춰 놓은 아이폰 알람을 끄고 그냥 자버렸다. 그래, 밤에 뛰면 되지 하고 말이다. 결국 그날 밤에 뛰기는 뛰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은 밤 11시 47분이다. 아이들은 곤히 잠들었다.

내일 새벽에 또 새벽 러닝을 도전해 볼까 생각 중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초미세먼지 예비 저감조치>가 시행될 정도로 초미세먼지가 나쁨 상태라는 것이다. 마스크라도 쓰고 뛰면 뛰겠지만, 굳이 뛰어야 할까 또 자기 합리화 중이다.


새벽에 뛰고, 씻고 출근 준비하고...

나도 할 수 있을까?


일어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겠지..

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일어나는 게 문제인 거다.


일단 5시는 너무 이른 것 같고,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자야겠다. 욕심을 버리고 짧게 뛰면 되니까 말이다. 조금씩 조금씩 거리도 늘리고, 일어나는 시간도 앞당기면 된다.


자, 차근차근...

해보자, 새벽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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