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변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계단 오르내리는 일이다. 예전에는 붐비는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에스컬레이터에 사람이 많으면 주저하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운동도 할 겸, 더 빨리 갈 겸 해서 말이다.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가는 건 딱히 힘든 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게 바뀌었다. 올라갈 때는 계단으로 내려갈 때는 기다렸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물론 계단이 너무 길면 올라갈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도 한다.
러너라면 통과의례처럼 한 번쯤 경험했을 무릎 부상을 당하고, 여러 글들을 찾아보니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 관절에 더 충격이 간다는 글을 봤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계단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몸의 하중이 무릎과 발목에 더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계단을 내려가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계단 오르기는 내려가는 것보다는 부하가 덜 오고, 다리 근육을 발달시키기에도 적당하니까 훈련하는 셈 치고 하고 있다.
러너가 조심해야 할 건 계단뿐만이 아니다. 요즘 나는 아이들과 저녁에 나가서 공놀이를 하는데, 며칠 전 둘째 녀석이 내가 가지고 있던 축구공을 뺏으려다가 내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아, 러닝해야 되는데!!!!'
바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만큼 아팠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바로 러닝이었다. 아, 러닝 해야 하는데 부상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무조건반사처럼 내 머리에서 반응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러닝 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참 아이러니하게도 러닝 할 때 말고 평상시에 뛰게 되는 경우에는 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 신호등의 녹색불이 깜빡거려서 뛰어야 한다거나, 내가 타려던 버스가 출발 직전이라 뛰어야 한다거나 할 경우 말이다. 처음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런 경우 뛰면서 러너부심도 느끼고, 이 정도쯤이야 러너에게 걷기와 다름없다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혼자 자신감 뿜뿜 내세우며 다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평상시에는 러닝화도 아닐뿐더러, 보통 가방이나 이것저것 들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발을 접질리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횡단보도, 버스정류장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가방 탓인지, 신발 탓인지 실제로 고작 몇십 미터 뛰는 것이 러너부심을 느낄 만큼 가벼운 느낌은 아니다. 내 경험상 그렇다.
다행히 일상생활을 하다가, 러닝을 못할 정도로 다리를 다친 적은 아직 없다. 그래도 항상 조심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과 축구할 때 더더욱 조심하고 있다. 솔직히 축구를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원래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부상위험도 있고 말이다. (얘들아 아빠랑 꼭 축구해야 되겠지니?? ㅠㅠ)
러닝 하다가 다치면, 그나마 괜찮은데 일상생활하다가 다쳐서 러닝을 못하게 되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자나 깨나 러닝 생각, 부상 조심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