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행복을 지켜주는 지혜

by 허훈


딸에게서 온 연락은 언제나 반갑지만, 특히나 "아빠, 저 행복해요."라는 말은 가슴 벅찬 기쁨을 안겨준다. 사위 세진이와 함께 알콩달콩 지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 시윤이와 간간이 여행도 다니고, 카톡으로 보내오는 소식은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자 행복이다. 사진이 달도록 보고 또 보게 된다. 부모로서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자식과 손주의 행복은 곧 부모의 행복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자식이 행복하다니, 문득 부모로서 이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는 간절한 다짐이 생긴다. 행복은 깨지기 쉬운 유리구슬 같아서, 혹여나 우리의 존재가 그 맑은 빛을 흐리게 할까 염려하는 마음도 함께 피어오른다.

어떻게 해야 이 귀한 행복을 오래도록 지켜줄 수 있을까. 돈. 집. 땅. 경제적 도움이나 물질적인 지원이 아이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 그것이 곧 행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때로는 그런 지원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의 행복을 지키는 데 있어 '주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빼앗지 않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로서 딸과 사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은, 역설적이게도 자녀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삶'을 부모가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혼하여 독립적인 가정을 이룬 아이들은 이미 그들만의 몫을 살아가고 있다. 작든 크든 그들만의 짐을 지고, 그들만의 속도로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사랑스러운 손주까지 보듬고 살아간다. 이때, 노쇠하거나 아픈 부모의 모습이 그들의 짐 목록에 추가된다면 어떨까. 그것은 단순한 부양의 의무를 넘어,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자유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딸과 사위가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하는 손주와 소소한 여행을 즐기는 그 평화로운 시간에, 혹시라도 "아빠가 요즘 기력이 없으신데" 혹은 "엄마가 병원에 가셔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그림자처럼 드리우게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그들이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귀한 손주를 키우는 기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는 그저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정성 있는 노력은 바로 '건강‘을 지키기 일이지 않을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짐이 되지 않게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부모로서 잔병치레 없이, 스스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자녀의 행복을 지켜주는 일이지 않을까.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중요한 책무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좀 더 걷고, 왕성한 활동을 통해 근육과 활력을 유지하는 일. 그것은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차원을 넘어, 딸과 사위, 그리고 귀여운 손주 시윤이의 행복이라는 거름을 주는 소중한 행위이지 않을까. 걷기가 지루하다면,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친구들과의 교류를 이어가며 정신적인 활력까지 챙겨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변화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걱정의 대상이 아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선물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남은 책무가 아닐까.



결혼한 자녀가 행복을 이어가도록, 그들이 알콩달콩 쌓아가는 행복의 집이 견고하고 빛나도록, 부모인 우리는 그저 곁에서 묵묵히 우리의 건강한 삶을 살아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행복을 뺏지 않고, 오히려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해주는 진정한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오늘도 한 걸음 더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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