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암 진단 후 힘든 치료를 마쳤다. 우리는 이제 '6개월 인생'이라는 독특한 리듬 속에서 살고 있다. 치료 후 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통해 몸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우리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삶의 재계약을 하는 셈이다.
6개월이 지나 검사 날이 다가올 때마다, 불안과 초조함이 우리를 짓누른다. '혹시 재발은 아닐까', '혹시 나쁜 소견이 나오지는 않을까'. 그 모든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 의사가 건네는 "이상 소견 없습니다. 6개월 후에 다시 봅시다"라는 한 마디는 마치 천상의 음악과 같다.
그 짧은 문장은 우리에게 다시 하루를 1년처럼 살아갈 수 있는 축복을 안겨준다. 그 순간의 기쁨과 안도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얻은 이 시간을 뜨겁게 감사한다. 그때부터 다음 검사까지 6개월은, 하루하루가 1년만큼 소중하고 충만한 시간으로 변한다. 우리는 이렇게 '얻은 시간'을 충실히, 그리고 더 깊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한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정기 검사를 위해 암 병원에 갔다. 병원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의 대화 속에는 희미하지만 단단한 희망이 배어 있었다.
"어휴, 그래도 걸을 수 있어 감사해요. 어제는 다리가 풀려서 꼼짝 못 할 줄 알았는데."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신기하게도, 듣고 싶은 말은 다 들려요. 딸 목소리, 손주들 웃음소리. 들을 수 있어 감사하지요." 보청기를 만지작거리던 할아버지가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 오늘은 밥이 달아요. 흰쌀밥 한 숟가락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먹을 수 있어 감사해요." 항암 부작용으로 고생하던 한 환자가 힘겹게 웃음을 지었다.
"새벽에 눈을 뜨니 감사하더라고. 또 하루를 살 수 있게 해 주시니." 아내 옆에 앉아있던 보호자의 말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의 축복들에 대해 한 번도 깊이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에게 절망으로 찾아온 암은 우리에게 숨 쉬고, 걷고, 듣고, 맛보고, 눈을 뜨는 것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선물을 다시 보게 해 주는 '인생의 스승'과 같았다.
아내는 투병 이후 감사의 기도로 가득하다. 감사의 기도와 함께 감사한 생활은 곧 감사할 일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걸을 수 있어 감사하고, 들을 수 있어 감사하고, 먹을 수 있어 감사하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 수 있으니 감사하고,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 감사하니 감사한 일이 계속 생겨난다. 이런 작은 감사들이 모여 우리의 마음을 단단하게 지탱했다. 불안과 원망 대신 감사를 선택했을 때,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롭고 희망적으로 채워졌다. 생각을 바꾸고 감사로 받아들이니, 어느 날 절망으로 찾아온 고통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귀한 선물이 되었다. 그래, 내게 찾아왔으니 친구가 되어 신나게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