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통보.
가까운 응급실을 향해 엄마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을 해서도 계속 구토가 올라와 화장실을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부축임을 받고 정신이 조금 들었을 땐 병원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시선을 돌려보니 몰골이 초췌해진 엄마가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속은 괜찮아? 토를 많이 해서 다행히 위세척은 안 해도 된데."반쯤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링거를 다 맞고 응급실을 나오니 어느새 아침해는 밝아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이불속으로 던지고 엄마는 부엌을 들어가 아침밥상을 분주히 준비하며 단잠에 빠진 동생들을 깨우기 바빴다.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잠이 들었는지 조심스레 흔들어 깨우는 엄마의 손길에 눈이 떠졌다.
잠이 깨어남과 동시 학교를 가야 하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원장선생님께 연락해 놨어. 오늘은 병원에 갈 거야." 등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오랜만에 방문한 병원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길다 하면 긴 치료기간이 끝났음에도 병원을 다시 재방문했다는 건 여태 들인 시간들과 치료들이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했다. 실패자가 된 것 같은 우울함에 빠질 대로 빠져버렸다.
원장선생님과의 대면에서도 그저 살고 싶지 않다는 말만 연신 중얼거렸다. 이내 선생님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엄마를 호출해 "집은 위험하니 입원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 타 병원으로 연계해 주겠다."는 결론이 났다. 입원을 해야 한다는 말에 엄마는 급히 이리저리 전화를 돌렸다.
늦은 저녁 외할머니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인천에서 대구까지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평소라면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을 활짝 열어 맞이해 외할머니 곁을 꼭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인지 반가움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거북이가 등껍질 속으로 숨듯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방밖을 나오질 않았다.
다음날 엄마와 외할머니손에 이끌려 낯선 병원건물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불쾌감을 비추며 들어가기 싫다고 발버둥 쳤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한테 벅찰 정도의 몸부림에 지치셨는지 "허서방은 같이 안 오고 어디 갔다니?"라며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엄마에게 물었다.
"골프 치러 갔어." 이내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에 외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