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입원기.
입원실 내부로 들어설 때, 15살의 어린 나에게는 충격적인 모습들이 줄줄이 연달아 비쳤다.
TV 앞에서 화투를 치며 상대방에게 극도로 짜증을 내는 할아버지, 중앙 로비를 운동장 돌듯 뛰어다니는 젊은 여성, 다른 환자들에게 거친 말을 서슴없이 하고 다니는 한참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환자들이 너무 많았다.
배정받은 입원실은 4인실로 나와 할머니, 아줌마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인 여자이이가 있었다. 낯설기만 한 환경에 더욱 눈살이 찌푸려지며 엄마를 붙잡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눈물뿐이었다. 소지품정리를 마친 뒤 엄마와 외할머니가 떠나고 간단한 검사를 해야 한다며 간호사와 함께 검사실로 향했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이 병원은 문고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방마다 작은 유리로 방의내부를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맥박체크 심전도 검사 등을 해야 해 윗옷을 걷어올려야 한다는 간호사선생님의 지시에 상의를 올리고 베드에 누워있었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문쪽을 주시하니 중년의 남성환자가 유리를 통해 훔쳐보고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간호사가 그제야 격양된 목소리로 환자를 쫓아냈다.
수치심이 들어도 아무 말할 수 없었다. 낯선 환경, 우울감이 지배되어 있는 무기력한 상태, 나를 보호해 주는 대상이 없다는 불안감들이 어깨를 짓눌러 주눅이 들어버렸다. 검사가 끝나고 환자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곧이어 식사시간이라며 배식을 나눠주었다.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밥생각이 없다."라는 말에 배식을 나눠주던 남자보호사의 강한 눈초리와 강압된 말투로 "먹어." 한마디에 배식판을 들고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자리로 돌아가 밥을 대충 입에 털어 넣고 누워있으니 양치질 시간이라며 기상시켰다. 이곳은 양치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고 그 또한 거절의사나 좀 있다가 하겠다는 말을 하면 불같이 화를 냈다. 이들이 하는 말에 곧이곧대로 따르는 순한 양이되어야 이곳 생활이 나아질 것 같았다.
문고리가 없는 화장실은 갈 때마다 생소했다. 양치질을 마치고 각자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약을 배분하는 시간이 왔다. 물컵과 약을 주면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을 보고 입을 벌려 혓바닥을 천장에 붙이라 하고 약을 다 삼켰는지 재차 확인했다.
약 먹는 시간이 끝이 나니 연이어 소등시간이 왔다. 차가운 환자용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으니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려왔다. 이곳에서 내가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입원 1일 차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