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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Feb 14. 2024

왜 떨어졌을까?

떨어진 제안서들을 떠올리며

광고/홍보 대행사를 다니면 피할 수 없는 업무 중 하나는 제안서 작성 업무다. 회사의 수익을 만드는 제안서 작성 업무는 대행사 비즈니스 구조의 핵심이고, 업무 자체의 난이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대행사 업무의 꽃'이라고 불린다. 제안서 제출과 PT 평가가 끝나면 참여한 기업은 짧으면 하루, 길게는 2주 정도의 기간 내에 결과 통보를 받는다. 결과 통보는 메일을 통해 받는데, 탈락한 기업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확인하게 된다.       


짧은 시간에도 좋은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프로젝트에는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8년 넘게 이어가며 여러 회사의 이름으로 50개가 넘는 제안서를 썼다. 숫자를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수주한 프로젝트의 5배 이상 되는 제안은 떨어진 것 같다. 최근에도 하나의 제안서를 제출하고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회사의 평가와 상관없이 패배하는 경험은 썩 좋지 않다. 그럼에도 패배 속에 배울 것을 찾아보기 위해 지금까지 떨어진 제안들을 곱씹어보며 탈락의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1. 설득력이 부족해서


제안서는 고객사의 문제에 대해 홍보/마케팅 관점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서다. 정답을 담을 순 없지만 논리를 갖춰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다. 우리의 주장을 제안을 고객사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동의하고 공감해야 수주 확률이 올라간다. 


설득의 방법에는 회사의 성향,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다. PT를 듣는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해 감동을 주는 방법도 있고, 짧은 준비 기간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장 유효한 설득 방법은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마케팅/홍보 비용은 투자의 개념보단 지출의 개념이 크다. 그래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돈을 쓰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몇 명에게 노출되고 몇 명이 구매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에 숫자를 활용해 답해야 한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탄탄한 논리 구조를 활용해 추산치를 설명할 수 있다면 의사결정권자들의 마음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  


2.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못할 것 같아서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고객사 담당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내 경험에 비춰보면 10명 중 9명은 '사고 없이 무탈히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큰돈을 써서 홍보/마케팅 용역을 의뢰하는 만큼 프로젝트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특히 큰 기업일수록 프로젝트 담당자는 최종 책임자가 아닌 중간 관리자일 확률이 높아서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선 회사와 제안 참여 인력이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회사의 규모, 그리고 비슷한 산업군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있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홍보/마케팅 에이전시에서는 한 산업군에 특화된 프로젝트만 수행하거나 다양한 팀을 구성해 다양한 산업의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확률을 높인다. 맨파워 역시 중요한데 화려한 경력의 경력자들이 프로젝트에 많이 투입될수록 고객 입장에서는 안점감을 느낀다. 



3.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가 신선하지 못해서


최근 이미지나 영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있는 회사들이 떠오르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회사나 제품을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스튜디오 좋'이나 프로덕션 '돌고래 유괴단' 같은 회사들이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성공을 넘어 회사의 팬덤까지 만들어낸 사례다. 


다양한 디지털 툴의 발전으로 홍보/마케팅 회사의 역량이 평준화된 것도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해진 이유다. 제안에 참여한 모든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설득력과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면, 고객을 사로잡는 한 방의 아이디어 싸움으로 제안의 승패가 결정된다. 짧은 시간에 고객에게 아이디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좋은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필수다.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미지와 영상이 메인 커뮤니케이션이 수단이 됐다. 때문에 퀄리티 좋은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대행사의 주요 경쟁력이 되고 있다. 많은 홍보/마케팅 에이전시는 사내 크리에이티브 팀을 조직해 회사 내에서 일관적 퀄리티의 제작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전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위에 설명한 3가지 방법을 요약하면 한 마디로 제안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앞에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제안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고객 분석이 중요하다. 업계 분위기부터 고객사의 문화, 그리고 의사결정권자의 성향까지 파악한다면 제안서 작성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분석하고 제안서 작성을 시작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해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같이 일하는 동료, 함께 경쟁하는 경쟁사, 그리고 제안 참여의 기회를 준 고객사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업계 동료들, 그리고 올해도 수많은 고객들에게 제안서로 구애의 손짓을 보낼 '미래의 나'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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