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례를 보여준 'K리그 팝업스토어'
지난 수요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K리그 올스타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있었다. 손흥민을 비롯해 토트넘 이적을 확정한 강원의 양민혁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6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현장을 찾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팀 K리그(K리그 올스타)가 입은 유니폼이었다. 이 유니폼은 ‘FC세븐일레븐 with K리그 x 산리오캐릭터즈’ 콜라보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 유니폼 안에는 캐릭터들이 표현되어 있었다.
산리오캐릭터즈는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등이 속해 있어 1020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K리그는 이번 여름 휴식기를 맞아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FC세븐일레븐 with K리그 × 산리오캐릭터즈 팝업스토어(이하 K리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FC세븐일레븐 구장에서 산리오 선수들이 K리그를 즐긴다는 콘셉트로 구성된 K리그 팝업스토어는 이틀 만에 방문객 1만 명을 넘었고, 하루 평균 8천 명 이상이 방문하며 ‘대박’이 났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 가족, 어린이 등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K리그 팝업스토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1. 서로의 두터운 팬 층
산리오캐릭터즈의 대중적인 인기는 오랜 기간 쌓아온 투자의 결실이다. 국내 캐릭터 시장의 성장과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22년 기준 국내 산리오캐릭터즈의 매출은 20%나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산리오캐릭터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20대와 30대가 되면서 매출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K리그 역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리그 활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선전으로 2018년부터 많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은 역대 최소 경기인 91 경기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지난 시즌 FC서울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2만 명을 넘겼다.
이렇게 두터운 팬층이 존재하는 산리오캐릭터즈와 K리그는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었다.
2. 체험을 원하는 MZ세대
최근 20대들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체험 공간을 희망한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가 뜨는 이유도 공간을 체험과 인증샷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팝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단순히 전시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고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뜨고 있다.
K리그 팝업스토어는 방문객들의 체험 욕구를 충족시키는 구성을 갖췄다. 보통의 스포츠 팝업은 유니폼 판매나 선수 사인 굿즈 전시의 목적인 경우가 많지만 K리그 팝업 스토어는 체험할 수 콘텐츠 배치에 집중했다. 키링이나 볼펜처럼 체험 목적으로 구매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굿즈를 제작했고 팝업스토어 내에 ‘포토이즘’과 협업한 촬영 부스까지 만들어 소비자들의 인증샷 욕구를 충족 시켰다. 또한 실외에 간이 구장을 만들어 어린이 축구교실과 2대 2 축구대회도 열며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3. 이제는 문화가 된 축구 – 블록코어 룩
팝업스토어 성공의 마지막 이유는 최근 스포츠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축구가 경기를 중심으로 한 ‘운동 경기’에 국한되었다면 최근에는 축구를 바탕으로 파생된 다양한 문화가 기초가 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블록코어 룩이다. 블록코어 룩은 스포츠 유니폼을 일상복과 매치해서 입는 패션을 뜻한다.
예전에는 유니폼을 입는 것이 축구 관람 문화 중 하나에 그쳤지만 지금은 패션의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7월 기준 국내 인스타그램에서 ‘블록코어’ 키워드의 게시물 수는 5만 개를 넘어섰고, 블랙핑크 제니, 아이들의 전소연 등 아이돌 스타들이 유니폼을 입고 무대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축구 유니폼 자체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상황에서 K리그 팝업 스토어는 블록코어룩을 즐기는 사람들이 K리그 유니폼을 입어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마케팅 업계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K리그 팝업스토어 같은 국내 프로스포츠의 마케팅 활동이 반갑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스포츠의 매력에 비해 국내 시장의 성장이 더딘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데, 이런 계기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도 스포츠가 취향의 영역이 아닌 문화의 영역으로 자리 잡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