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10일 차
롤모델이 누구예요?
롤모델을 물어보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항상 바뀌었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 대학교 때는 목사님이었던 적도 있고, 유명한 축구 저널리스트였던 적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잠시 몸 담았을 때는 스티브 잡스였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9년 겨울에 유튜브에서 한 시리즈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힙합 친구 다모임’
84년생 래퍼들인 팔로알토, 딥플로우, 쌈디, 염따 그리고 더 콰이엇이 출연하는 랩 예능 콘텐츠였다. 힙합에 관심이 없던 나는 팔로알토, 쌈디 정도만 알고 있었고, 더 콰이엇은 쇼미 더 머니 프로듀서로만 알고 있었다.
사실 더 콰이엇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허세와 가식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힙합 친구 다모임’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콘텐츠를 통해 더 콰이엇, 아니 신동갑이라는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끼면서 그가 걸어온 음악 행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힙합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더콰이엇의 행보는 혁신의 연속이었다.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하는 레이블 소울컴퍼니에서 감성적인 가사와 비트를 만들던 사람이 2011년 일리네어 레코즈를 만들면서 소울 컴퍼니 시절과 180도 달라진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더 콰이엇, 도끼, 그리고 빈지노로 이뤄진 일리네어 레코즈는 미국 힙합 시장의 주류 문화였던 머니 스웩 문화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렸다. 당시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쇼미 더 머니와 함께 국내 힙합 시장이 커지면서 더콰이엇은 힙합 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래퍼가 되었다.
이쯤 되면 본인의 위치에 만족할 만도 한데, 더콰이엇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본인이 단독 대표이사가 되어 앰비션 레코즈를 만들며 창모, 애쉬 아일랜드 등 젊은 래퍼들을 지원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는 포지션을 잡기 시작했다. 본인과 띠동갑이 되는 래퍼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한국 힙합 씬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홍대에서 랩 하우스라는 공연장을 만들어, 공연 기회가 없는 래퍼들을 초대해 공연을 할 수 있게 했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네이버 오디오 플랫폼인 네이버 나우에서 염따와 함께 랩 하우스 온에어를 진행하며, 다양한 래퍼들을 초청해 소개해주고 있다. 또 팔로알토와 함께 힙합 상담소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진행하며, 실력 있는 래퍼들을 조명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음악 색은 잃지 않았다. 2018년 발표한 'Glow forever ' 앨범은 아직까지도 수작으로 꼽히는 명반이고, 최근 발매한 'Good life '라는 싱글 역시 최근 씬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가 더 콰이엇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이유는 특정 분야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본인의 스타일과 포지션을 영리하게 바꾸면서 스스로를 혁신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힙합 씬에서 더콰이엇은 많은 래퍼들의 존경을 받는다.
단순히 연예인이라 변화가 쉬웠을 것이라는 착각은 어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 한 경험이 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힘든데, 그 결과를 만든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래 콘텐츠를 보면 더 콰이엇이 그런 변화들을 겪으면서 본인이 했던 답변들이 잘 묻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변화에 떠밀리듯 이끌려 따라가기 바쁜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변화의 흐름에 민감히 반응에 변화를 선도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선 변화에 반응할 수 있도록, 내 분야에 내 실력을 쌓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오늘 쓴 이 글이 롤모델 더 콰이엇처럼,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되는 밑바탕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