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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Aug 29. 2021

'남들 하는 건데, 군대가 뭐가 힘들어?'에 대한 답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리뷰

이 글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대부분 병역의 의무를 군입대로 수행한다. 육군-해군-공군, 상근, 공익근무요원 등 복무 방식의 차이가 있겠으나, 신체검사 통지를 받은 만 20세 이상의 남성들 중 신체검사 4급 이상을 받으면 예외 없이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 나라를 지켜야 한다.


남자들의 공감대를 사기에는 군대 이야기만큼 좋은 게 없어서 인지 군대를 다룬 콘텐츠들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한국전쟁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있었고, '진짜사나이'같이 군대를 활용한 체험형 예능도 있었다. 최근에는 '가짜 사나이'나 '강철부대' 같이 일반인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특수부대 이야기를 콘텐츠 소재로 다루고 있다.


군대 이야기가 사석에서 나오면 이야기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누가 더 힘든 군생활을 했나'를 서로 주장한다. 이야기가 그렇게 흐를 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다. 군대 경험이 대부분의 개인에게 힘든 시간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의 힘듦은 육체적인 힘듦 뿐 아니라 정신적인 힘듦도 포함된다.  



넷플릭스에서 8월 27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군대에서 겪는 청춘들의 정신적인 힘듦을 다루고 있다. 군대 내 실제로 존재하는 경찰 역할인 헌병, 그리고 헌병 내 탈영병 잡는 특임조 'DP'를 소재로 만들어진 6부작 드라마다.  레진코믹스 웹툰 인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군대의 밑낯, 그리고 20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총 6부작인 D.P는 제 103 보병사단 헌병대 D.P조인 안준호 이병(정해인)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이  사연이 있는 탈영병들을 잡기 위해 출동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군대 부조리로 인해 탈영한 병사나 휴가 나가서 미복귀 병사, 집안 사정 때문에 전역을 얼마 안 남겨두고 탈영한 병사, 그리고 본인과 함께 지내던 헌병의 탈영까지 각각의 탈영자들을 준호와 호열이 쫓는 그림을 보여준다. 범죄물처럼 범인에 대한 추리-추격-격투 등의 구성이 거의 매회 등장해 지루하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군대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다. D.P는 2014년의 군대 생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1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육군에서 군생활을 했던 내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군생활하면서 헌병을 만날 일은 없었지만,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가혹행위는 군기가 빡세기로 유명한 헌병이라면 충분히 있었을만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특히 5화와 6화의 에피소드의 중심인물인 조석봉 일병(조현철) 에피소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조석봉은 만화 학원 선생님 출신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소위 말해 '오타쿠'라고 불리는 조석봉의 취미는 남자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기 충분하다. D.P 내에의 병사들은 조석봉을 오타쿠라고 부르며 괴롭힌다.


남자들 사이에서 놀릴만한 요소가 있는 사람에게 괴롭힘 집중되는 모습은 내가 겪은 군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대 내에서 성군기 위반으로 불리는 성추행 행위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내에서 묘사된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선임병이 후임병의 성기를 장난 삼아 만지는 성추행은 나도 겪은 일이었고, 복무 기간 내 타 부대에서 더 심한 사례도 많이 있었기에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간부들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다. 부사관인 박범구 중사(김성균)는 내가 겪은 실제 부사관들처럼 툴툴거리면서도 형처럼 잘 챙겨주고, 정겨운 느낌이 있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반면 임지섭 대위(손석구)나 헌병대장 천용덕 중령(현봉식)의 캐릭터는 출세와 진급에 군인들이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는 D.P의 가장 큰 주제는 방관자들이다. '군대에서는 그래도 돼,  군대니까 그러는 거야'라는 말이 선을 넘어버리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능력이 있음에도 해보지 않고, '뺑기'만 부리는 장삐주 콘텐츠 신병의 '성윤모'같은 악질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군인들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갓 성인이 된 20대들이다.


아직은 미숙하고 혈기 왕성한 20대 남자들 사이에 계급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괴롬힘이 시작된다. 괴롬힘을 가하는 사람이 대부분 권력자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방관자가 된다. 계급 차이로 함부로 항명할 수도 없고, 설사 고발이 알려진다 하더라도, 군대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신고한 피해자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근무 중 상병의 성추행을 못 이겨 때리고 본인을 입대 때부터 괴롭히던 전역자 황장수(신승호)를 찾아가 납치까지 한 조석봉에게 한호열이 '우리가 바꾸면 되잖아'라고 회유하자 조석봉은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군대가 바뀔 거라고 말해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에서 보듯 군대 조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병사들, 그리고 계급이 어리고 힘이 약한 간부들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많은 청춘들이 군대의 어두움 속에서 아파하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석봉의 말처럼 군대가 제대로 바뀌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왓챠 피디아의 평을 보면 대부분의 예비역들은 D.P를 보며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만큼 D.P는 콘텐츠 자체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군대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본질을 공감할 수 있게 잘 담아낸 수작이다. 군대에 대한 경험이 없어도, 최근 터진 군대 내 사고를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한다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콘텐츠 평가 (왓챠 피디아 평점 기준)

★★★★★ (별 5점 만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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