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1 WORKERS

로또 맞아도 일은 계속할 거예요

31 workers (28) 광고 대행사 마케터 Y

by 브루스

'당장 나에게 10억이 생긴다면?'이라는 가정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종종 꺼내는 주제다. 10억이 내 통장에 입금된 상상을 하면서 어떤 걸 먼저 살 지, 일은 어떻게 할 지에 대해 행복한 상상을 하곤 한다. 오늘 만나볼 광고 에이전시 직원 Y는 로또에 맞아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에서 본인의 존재가치를 부여해준다고 생각하는 Y의 인터뷰를 함께 들어보자.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남자 직장인 Y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받을 때마다 정해진 대사가 없는 걸 보니 아직 스스로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네요.



Q2.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디지털 광고대행사에서 AE로 근무하며 고객사들의 SNS 계정 운영과 전반적인 디지털 광고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별로 설명드리면, 예전에는 가전, F&B 쪽 업체를 담당하다가 지금은 골프와 관련된 업체만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는 골프 업계 덕분에 나름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Q3. 왜 이 일을 선택하셨나요?


여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를 매우 좋아해서 처음에는 스포츠마케팅과 관련된 인턴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평생을 즐겨온 스포츠를 일로 하면 더 즐겁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하면 할수록 마음도 몸도 힘들어져서 좋아하던 스포츠를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스포츠를 일로 삼는 건 여기까지 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일반 광고 대행사로 직장을 옮겨 다양한 업체를 경험해봤는데, 돌고 돌아 지금은 또 스포츠(골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각해보니 나름 나한테 잘 맞는 일이었구나 싶어, 골프 업계에 뿌리내릴 생각에 조금 더 공부하고 있습니다.


Q4.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나요?


저도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제 생각에 이 일은 하기 전 준비 과정보다는 시작하고 나서의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고객사 마케터들의 목표를 조금 더 크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에 담당 브랜드와 타깃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한 번에 여러 개의 브랜드를 담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브랜드 별로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와 제품의 성능 등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인하우스 마케터들과는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적절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제작자들과의 호흡이나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능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행사라는 뜻이 일을 대신해준다는 뜻이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고객사와는 갑을 관계인 거고요. 갑님을 모시는 을의 입장으로 고객사와 이런저런 트러블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광고주가 이런 거까지 시키더라, 이런 에피소드는 없나요? 저도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요구보다는 돈 주니까 무조건 맞춰라는 마인드의 광고주가 더 많은 것 같아서요.


많은 업체와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광고주를 만나게 되는데요! 사실 일적으로 요구하는 건 너무 무리한 것만 아니면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부분인데, 사적으로 연락이 와서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주말에 집 눈치 안 보고 놀고 싶은데 마땅한 알리바이가 없다, 없는 주말 근무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라는 부탁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싶은데 따로 미팅 가능하겠냐’는 부탁까지… 지금 생각하니 정말 다양한 광고주들을 만났었네요.


5.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힘든 기억이 오래간다고, 지금 생각하니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만 생각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제 실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광고 소재를 미리 제작해서 대기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다른 업무로 인해 이벤트 자체를 잊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서 디자이너와 밤새워서 소재를 다 만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네요.


어찌어찌 광고는 라이브 하신 거죠? 광고주보다는 오히려 제작팀에게 욕먹었을 것 같은데요?


아슬아슬하게 광고는 라이브 했었죠! 제작팀(디자인, 영상 파트) 과는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맛있는 식사로 퉁쳤던 기억이 있네요.


대행사 라이프의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내 스케줄을 내 맘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 같아요. 광고주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광고주가 쉴 때도 광고주 이벤트를 위해 일하고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야근과 주말근무도 있는 것 같고요. 일정과 격무로 인한 힘듦도 많을 것 같아요?


대행사에 입사를 생각했을 때부터 야근과 주말 근무는 어느 정도 각오했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죽지 않기 위해 강제로 운동을 하는 중입니다.


Q6.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의 롤모델은?


딱히 롤 모델을 정해놓지는 않았는데, 어느 업종이든 한자리에서 오래 일하고 계신 분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대행사에 있으면, 사실 직원들이 많이 바뀌는 걸 보잖아요. 그럼에도 살아남는 광고 대행사 팀장님, 국장님 같으신 분들도 있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저도 배우는 게 많았는데, Y님은 어떠세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는 부분은 제가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어도 업무량과 스케줄을 조율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걸 보면 더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중심을 잘 잡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분들처럼 다른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사가 되고 싶어 지곤 합니다.


Q7.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감입니다. 프로젝트로 인해 팀 단위로 움직이는 일이 많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책임감 없이 하게 되면 모두가 힘들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임감이 대행사에 필요한 이유는 남의 일을 대신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열심히 해도 결국 남의 일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Y님은 어떻게 동기부여하시는 편이세요?


음. 따로 동기부여를 하는 편은 아닙니다. 제 성격이 일을 맡으면 끝까지 해야 마음이 놓이고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편이라 책임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 같아요. 고객사의 매출이 올라가면 제 월급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닌데, 일을 잘 끝냈을 때의 그 재미를 느끼기 위해 확실히 끝까지 처리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Q8. 현재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이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광고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는데, 인하우스에 들어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생각 중이고, 곧 행동으로 옮길 예정입니다(웃음)


사실 인하우스로 간다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매출 압박도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대행사처럼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해볼 기회도 줄어들 것 같아요. Y님이 생각하는 대행사와 인하우스 마케터의 장점과 단점은?


대행사의 장점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고 단점은 잘 아시다시피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 등 불규칙적인 스케줄인 것 같습니다.


인하우스 마케터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가격 선정 그리고 유통 전략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들어서 총괄적으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단점은 하나의 브랜드에 갇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아직 자세히 아는 건 아니라 한 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Q9.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거 같고,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꼰대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 저도 꼰대가 되는 걸 경계하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저는 ‘꼰대’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보고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10. 본인에게 일이란?


친한 친구들과 의미 없는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나오는 주제가, ‘로또에 당첨되면 일을 관둘 것인가’입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는 로또에 당첨되어도 직장 생활을 유지할 거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저에겐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행위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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