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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Nov 28. 2021

[당신의 인생영화] (5) 나를 찾아줘

똑같은 영화라도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당신의 인생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영화라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개봉한 시점에 영화는 멈춰있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생각이 변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5번째 영화로 선정된 '나를 찾아줘'(2014) 역시 처음 봤을 때와 지금 봤을 때의 감상평이 많이 달라졌다. 25살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자극적인 반전과 이미지에만 주목했다면, 31살의 나는 영화화에서 다루는 관계에 대한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나를 찾아줘(Gone Girl)'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다. '파이트 클럽'. '세븐' 등으로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이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감독이다. 길리언 플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연출과 더불어서 훌륭한 스릴러로 탄생했다. 특히 소설 내에 치밀하게 설계되어있는 관계라는 키워드를 주목해서 바라보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어린 시절부터 유명 소설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딴 에이미는 닉과 결혼하게 된다.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둘의 결혼 생활은 경제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무너지게 된다. 그들의 5번째 결혼기념일이 되던 날, 에이미는 실종되고, 닉은 졸지에 아내를 줄인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에이미의 실종 사건이 장르적 즐거움을 주는 장치지만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은 '관계'에 있다. 그래서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들 역시 관계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이 영화를 살펴봤다.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



이 영화를 단 한 단어로 압축하면 '지독하다'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강력하고, 지독한 인간관계의 끝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를 두 번 이상 보게 되면 자극적인 것 이면에 있는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의 모든 배경이 되는 관계에는 결혼이 있다. 닉과 에이미의 결혼 관계, 그리고 이 커플을 둘러싼 주변 관계들이 이 영화의 모든 스토리를 구성한다. 사실 에이미와 닉은 처음에는 둘의 다름에 끌렸다.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변질되었다. 닉의 외도, 그리고 본인의 기대를 벗어나는 닉에 대한 에이미의 강한 판타지가 복수의 의지로 변하면서 관계는 망가지게 된다. 


관계 안에서 본인을 이미 잃은 에이미 그리고, 에이미와의 결혼 생활 안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닉의 모습을 보며 '나를 찾아줘'라는 단어 자체가 중의적으로 들려오게 된다. 이미 유명 소설의 주인공과 동일시되며 본인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린 에이미 그리고 에이미의 판타지 안에서 점차 본인이 누구인지를 잃어버리게 되는 닉의 모습을 보며 제목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에이미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은 에이미다. 영화의 절반 정도는 실종 상태로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사건과 행동의 원인에는 에이미가 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실종사건을 꾸미고, 실종사건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본인을 따라다니던 다른 사업가에게 간다. 거기서 닉의 인터뷰를 보고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온 닉에게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업가를 죽이고 나서 다시 화려하게 돌아온다. 


에이미가 보여주는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들은 에이미의 성장배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화에서 자세히 소개하지 않지만, 에이미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의 비상식적 기대 속에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본인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기대치가 있고, 그 기대치에 맞춰서 사는 게 본인이 원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닉에게 에이미가 처음 끌렸던 이유도 본인의 세계 안에서 정해놓은 판타지가 있고, 그 판타지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닉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닉이 본인을 버리고 외도를 하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은 에이미 입장에서 본인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행동이 된 것이다. 


우리도 다양한 관계 안에서 사랑을 하면서 에이미와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연인, 부모, 친구 사이에서 너무 친하면 그 관계를 나와 동일시하게 된다. 관계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아야 건강한 관계가 되지만, 너무 사랑하면 그 안에서 기대감이 커진다. 관계가 친밀할수록 그 기대감이 커지는데, 가끔은 그 기대감 때문에 관계가 망가지거나 내가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 에이미와 닉처럼 관계 안에서 망가지지 않으려면, 관계 안에서 항상 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 이야기들


닉과 에이미 이외에 영화 속에서 다루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쌍둥이 남매인 닉과 마고, 에이미의 부모, 그리고 언론과 경찰의 모습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닉과 마고는 쌍둥이 남매다. 아버지는 치매, 어머니의 부재로 어린 시절부터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하기 어려운 두 사람은 꽤 친밀해 보인다. 에이미 실종사건을 다루는 언론이 두 사람의 관계를 남매 그 이상의 관계로 의심할 만큼 남매의 친밀함은 대단하다. 두 사람의 서사를 삭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섹슈얼하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맺어온 강한 유대감 때문인 것 같다. 뱃속에서부터 같이 있던 존재 었는데, 본인에게도 외도 사실을 숨기는 오빠에 대한 배신감은 강한 결속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닉의 가족의 부재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에이미의 가족은 닉의 가족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에이미의 부모는 에이미를 딸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에이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스테디셀러가 되자, 에이미의 부모는 에이미가 경험하지 못한 결혼이나 출산 같은 이야기들도 미리 글로 적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에이미는 소설 속의 다른 에이미와 경쟁하듯 살아가야 했다. 


특히 에이미의 부모가 에이미 실종 사건 당시 홈페이지를 만들고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며 에이미의 부모가 에이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언론들의 태도다. 언론들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보도한다. 그게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언론들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언론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건을 다룬다. 올해 국내에서 다뤄진 한강 대학생 실종사건처럼 우리는 진실보다는 우리가 믿고 싶은 내용을 투영한다. 


실제로 에이미가 돌아오는 방식에서 의문투성이인 점이 많았지만 언론과 경찰 모두 그 사실을 파보지 않았다. 어찌 보면 소설을 통해 미디어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서 대중의 특성을 잘 알았던 에이미가 본인의 의도에 맞게 대중을 조정해 언론과 경찰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도 보인다.


#같이 보면 좋을 영화


결혼 이야기 (2019)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 비슷한 주제에서 시작해 다른 방식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행복하지만은 않은 결혼 생활에 대해서 다뤘다는 것이 중요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4)




타이타닉 커플이 다시 만난 영화. 결혼과 진실을 다뤘다는 점에서 나를 찾아줘 와 공통분모가 있다. 


#평점


한모

★★★★(4.5/5.0 만점)

자고 일어나도 찝찝한 엔딩


새라: 

★★★★(4.0/5.0 만점)

어.. 어메이징 한 에이미

그렇게 살게 된다 그렇게 내가 된다. 


브루스

★★★★(4.5/5.0 만점)

사랑인가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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