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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Jan 05. 2022

[당신의 인생영화] (7) 어느 가족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 :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네이버 국어사전)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예전에는 결혼과 출산을 통해 이뤄진 가족만 가족으로 여겼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가 생겼다. 굳이 혈연이 아니고, 입양, 동거 등의 방법으로 이뤄진 가족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을 떠올리면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혼인한 부부가 아이를 출산하고 자녀도 출산한 형태의 가족이 대한민국, 더 넓게는 유교 문화권에 있는 동아시아에 익숙한 가족 형태다. 



오늘 만나볼 영화 '어느 가족(2018)'은 앞서 설명한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 개념을 흔들고,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자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다. '어느 가족'은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쿄에 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5인 가족에게 새 식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영화 모임 멤버들과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


이 영화는 감상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에 출연하는 오사무와 노부요 외 6인 가족은 범죄 집단이다. 변변치 않은 벌이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그리고 유치원에 다닐 아이들을 시켜 생필품 도둑질을 시키는 어른들이다. 


집을 잃은 쥬리가 실종 신고 대상임을 알게 되었을 때도, 신고하지 않고 머리를 자르고 이름을 바꿨다. 할머니의 죽음에도 연금을 받기 위해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조용히 앞마당에 묻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영화 내내 이 가족의 행보를 응원하게 되며 감상자들은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불편함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선의 때문이다. 6명은 돈이라는 대가성으로 연결되어있지만, 상처들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 그렇게 때문에 서로를 위로하게 된다. 서로의 관계 안에서 치유가 되는 과정과 모습을 영화에서 꾸준히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 가족을 범죄 집단으로만 정의할 순 없다.


# '어느 가족'은 가족일까?



그렇다면 '어느 가족'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멤버들의 의견은 가족으로 볼 수 있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가족이라는 것은 단순히 혈연관계로 결합되어있는 것을 떠나,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진다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가족'이 된 사람들은 원래 각자의 가족에서 무엇인가를 받지 못해 모인 사람들이다. 모두의 사연이 나오지 않지만, 하츠에, 아키, 쥬리, 쇼타 등은 모두 깨어진 가족 관계의 희생양들이다. 


원래 각자 가족에서 결핍된 것을 구성원들은 어느 가족에서 채워갔다. 6명의 가족들이 러닝 타임 내내 보여주는 지지와 연대는 범죄 집단이라는 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따뜻하다. 특히 포스터에도 쓰인 물놀이 장면 마지막에 할머니 하츠에게 '모두 고마워'라고 말한 장면은 이 가족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멤버들은 '어느 가족'의 구성원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줬기 때문이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가짜인 관계지만, 서로의 가치로 무엇인가를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해주며 가족 구성원이 회복되었다는 점에서 깨어졌던 원래 가족과 비교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했던 떠올랐던 질문은 '가족은 무엇일까?' 였다. 가족은 배우자를 제외하면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부모나 형제자매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은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맺어지는 관계다. 그리고 가족은 대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무엇을 해야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존재 자체 만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공동체가 가족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 나오는 '어느 가족' 은 의지를 가지고 맺어진 관계다. 그리고 '어느 가족'은 대가성을 가지고 있는 관계다. 쥬리에게 도둑질을 시키는 이유를 '쥬리도 도와야 덜 미안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구성원들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하는 게 구성원의 자격 요건 중 하나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가족이라 보기 어려운 '어느 가족'.  하지만 영화 속에서 어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았던 이유는 이들이 보여주는 진심 때문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어느 가족'을 가족이라 할 수도 가족이라 아니라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평점


브루스

★★★★☆(4.5/5.0 만점)

불안한 관계 속 행복한 동행 


한모

★★★★(5.0/5.0 만점)

그래도 가족이다. 


새라

★★★★☆(4.5/5.0 만점)

피는 물보다 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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