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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Jan 16. 2022

[당신의 인생영화](8)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사랑을 통해 새 세상을 바라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은  언젠가 꼭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영화다.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지만,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영화다. 그 인기를 반영해 2020년에 한국에서 한지민, 남주혁 주연의 '조제'라는 이름의 리메이크 작이 개봉하기도 했었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멜로 영화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호랑이'와 '물고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임을 위해 이 영화를 감상할 때 호랑이와 물고기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영화 감상이 끝난 후 모임에서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의미를 비롯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나눠봤다. 



#우리가 가진 편견들


이 영화의 주인공 조제는 하반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다. 이 설정이 나온 순간부터 우리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편견이 생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오는 멜로 영화'라는 설정은 미디어에서 헌신, 안타까움, 눈물 나는 사랑이야기 등등 같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초반, 조제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는 이런 편견들이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2시간의 러닝타임을 마치고 났을 때, 나는 부끄러워졌다. 이 영화는 조제를 단 한 번도 장애인이라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다른 멜로 영화의 여주인공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장애를 그저 여자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서사, 그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조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은 딱 한 명 나온다. 바로 조제의 할머니다. 조제의 할머니는 조제를 부끄러운 존재로 생각한다. 조제를 카트에 실어서 옮길 때에도 천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행동한다. 그런 행동이 조제를 더 위험하게 하지만, 할머니는 '주제도 모르고 돌아다닌' 조제의 잘못으로 여긴다. 


할머니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할머니 죽음 이후에 츠네오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면서, 조제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편견을 걷어내니 보이는 현실


'조제는 장애인이다'에서 오는 편견을 걷어내면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은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현실적인 사랑이다. 모임 멤버인 새라의 표현처럼 츠네오는 '사랑에 서툰 사람이 본인이 사랑이 너무 커서 어쩔 줄 몰라'했다.


츠네오에게 조제는 진정한 첫사랑이었다. 영화에서 츠네오는 꽤 인기 있는 사람이다. 대학생임에도 섹스파트너가 있고, 본인을 좋아해 주는 잘 나가는 퀸카 후배 카나에(우에노 쥬리)가 있다. 그 사랑들은 본인이 견딜 수 있는 가벼운 사랑이었지만, 츠네오에게 조제는 달랐다. 조제를 만난 츠네오는 뜨겁게 사랑한다. 조제가 보고 싶다는 호랑이도 보여주고, 조제의 카트도 편하게 고쳐주면서 뜨겁게 사랑하지만, 1년 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도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누군가는 츠네오를 현실 앞에서 도망친 비겁한 사람이라 할 수 있지만, 모임 멤버들은 사랑이 서툰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감정 소비 그리고 지쳐감의 루트라는 의견을 말했다. 본인이 겪어보지 않은 사랑을 처음 겪어본 사람이라면 연애를 어떻게 유지 운영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너도, 우리도 언젠가 한 번쯤은 겪어본 그런 평범하고도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조제와 츠네오는 이별을 맞이했다. 



#사랑이라는 성장통 


이별 후 두 사람의 태도는 극명히 나눠진다. 조제는 더 이상 본인만의 바다에 머물러 있지 않다. 누가 끌어줄 필요가 있던 카트에서 전동 휠체어를 구매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츠네오와의 만남을 통해 조제는 본인 삶을 책임져 주는 건 본인 자신이고, 두려워하던 세상에도 본인이 나가서 부딪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제에게 츠네오와의 연애는 분명한 성장이었다. 


반면 츠네오는 시련의 아픔에 운다.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는 츠네오가 조제의 집에서 짐을 챙겨 나오면서 우는 장면, 그리고 '내가 도망친 것이다'라는 대사에 서 알 수 있듯이 츠네오는 조제를 완전히 잊지 못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본인의 감정 그리고 현실적인 상황이 이별이라는 선택지로 이끌었다. 그리고 츠네오는 다시 카나에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 이 연애는 어떻게 기억될까? 분명히 나쁜 추억은 아닐 것이다. 아마 조제는 더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고, 츠네오 역시 사람과의 연애에 있어서 신중하고 소중한 것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 연애에서는 더 나은 사랑을 했을 것이다. 


초반부에 언급했던 제목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되짚어 보려고 한다. 사실 제목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들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제목은 츠네오의 시점에서 뜨거웠던 조제와의 연애를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조제와 츠네오가 처음 호랑이를 만나러 왔던 모습, 그리고 물고기를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갔던 모습을 통해 둘 연애의 처음과 끝을 호랑이와 물고기로 표현한 것 같다.


누군가 한 번쯤 있었던 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평점


브루스

★★★★(4.0/5.0 만점) 

풋풋한 감정의 성장기



새라

★★★★(5.0/5.0 만점)

자기 자신보다 더 큰 사랑에 아픈 이들을 위한 영화



한모

★★★★(4.0/5.0 만점) 

사랑은 끝났지만, 성장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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