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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 Nov 17. 2017

[드라마_사랑의 온도] 나는 현수를 이해한다

현수를 대변하며

요즘 현수가 욕을 많이 먹는 것이 안타까워 글을 쓴다.

드라마에 애정이 강해서 그런가 너무너무 대변해주고 싶어 졌다.


현수에게 욕하는 이유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현수가 변덕이 심하고, 정우한테 철벽을 완벽히 치지 않고, 만난 지 3개월밖에 안된 시점에서 정선을 보채고 혼자 지쳐하고, 정선의 노력은 봐주지 않고 결국 헤어짐을 고했다는 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은데 하나하나 반박해보고 싶다.


ⓒSBS드라마 PD노트



현수는 언제나 정선이었다.

현수가 언제 정선이 아니었던 적이 있나. 언제나 정선이었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를 받아들이고 싶어 했다.

정우에게도 계속 선을 그어왔다. 심지어는 어머니의 수술일정에 도움을 줬을 때도. 수술일정을 앞당기고 싶어서 이리저리 뛰는 와중에도 정우에게는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도움을 받았을 때도 불편해했고 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정우가 안쓰러울 정도로.

정우는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니까 걱정되어 도와주고 병문안 간 거고, 현수는 어머니의 생명의 은인이니 조금은 태도가 부드러워질 수밖에 없었겠지. 하필 그 장면을 정선이 뒤에서 보게 된 거고.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중요한 건 정우의 이런 케어에도 현수는 오직 정선뿐이었다.

헤어짐을 고했을 때도, 현수는 정선뿐이었다. 물론 헤어지고 나서 고민이 많던 시점에 정우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은 해봤겠지. 어머니 수술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줬으니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졌을 테고, 정선과 함께 했던 동일한 상황에서 내 걱정을 더 먼저 해주는 정우를 보며 생각을 한 번 더 했겠지. 하지만 그게 과연 정우에게 흔들린 거라 할 수 있을까. 이 사랑이 정말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사랑이 맞는 걸까 싶을 때,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 아닐까. 현수의 고민에는 정우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정선이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사랑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만, 정선이라는 선택지만 있었을 뿐이다. 결국 그 고민 끝에 현수는 정선을 만나러 갔다.


현수는 감정의 깊이에 충실했을 뿐이다.

혹자는 현수의 조급함을 비난한다. 하지만 만난 기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단 7일을 만나도 잊히지 않는 강렬한 사랑이 있고, 1년을 만났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다.

현수와 정선은 5년 전 서로에게 강렬한 사랑을 남겼다. 현수는 그 강렬함을 뒤늦게 깨달았고, 강렬함에 후회와 5년간의 사랑이 더해졌다. 그래서 2017년의 현수의 사랑은 그 어떤 사랑보다도 진하고 강렬한 상태였다. 현수는 만난 기간보다 감정의 깊이에 충실했던 거다.


현수와 정선은 사랑의 온도를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5년 전, 정선과 현수는 엇갈렸다. 5년 전에는 정선의 사랑의 온도가 너무 높았다. 급했고, 격정적이었다. 5년 전 둘의 사랑의 온도는 달랐고, 결국 엇갈렸다. 현수는 5년을 후회 속에 살았고, 운명처럼 정선과 다시 재회했다. 현수는 나의 느림으로 한 번 놓쳤던 사람과의 그 운명 같은 재회에, 처음 느껴보는 사랑의라는 감정에 사랑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하지만 정선은 5년 전 실연의 아픔에 조심스러웠고, 둘의 온도는 뒤바뀌었다. 연애가 시작된 후에도 둘의 온도는 여전한 차이를 보였다. 정선은 아픔을 내보이기에 조심스러웠고 현수는 얼른 그의 바운더리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엔 마찰이 생겼고, 현수는 이 마찰을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헤어짐을 고했다. 헤어진 후에도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던 현수. 현수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정선을 향한 여전한 사랑을 느꼈고, 정선에게로 달려갔다. 

나는 현수를 이해한다. 운명으로 느끼고 이제 서로 사랑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현수는 이 마찰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겠지. '내가 5년간 이토록 바라고 아파했던 사랑의 실체가 이건가? ' 운명이라 느꼈기에, 너무나도 특별한 사랑이라 느꼈기에 조그만 마찰에도 고민이 많아졌겠지. 

현수의 고민과 변덕은 (변뎍이라고 칭하고 싶지 않지만) 사랑을 하면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일 뿐이다.


나는 현수의 서툰 사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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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정우에 대한 글을 쓸 거다.

사랑의 온도에서 최애는 정우니까. 누구보다 정우의 행복을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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