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가장 인위적이었던 것은 나의 감정이었다.
역시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오다이바는 나에게 그저 신기한 곳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인데다 인공 해변까지 갖추고 있다니. 세상에 이런 곳도 있나 싶었다. 사실 밟으면 다 똑같은 땅일텐데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무슨 환상처럼 다가왔다. 실제로 우리의 환상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그곳에선 내가 디지몬 어드벤처에서나 보던 후지TV의 건물을 실제로 볼 수 있고 유럽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누나는 비너스포트에서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환상에 이끌리듯 별 고민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환상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여튼 어떻게 갈 것인가? 찾아보니 경전철같은 유리카모메말고 '호타루나'라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열차로 유명한 일본이니 유리카모메를 타보고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오다이바 안에서도 탈 일이 있으니 아사쿠사 구경을 마치고 배에 올라 탔다. 누나는 어느 것이 더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다 괜찮다고 말했다.
'호타루나'는 제대로 본 적도 없고 별 관심도 없는 '은하철도 999'로 유명한 마츠모토 레이지가 디자인한 배라고 한다. 조금 촌스럽긴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오다이바라는 곳과 잘 어울렸다. '히미코'라는 배도 있었지만 '호타루나'는 배 천창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안에는 사람이 많아 괜히 뻘쭘한 상황이 연출될까봐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나와 누나는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누나는 어디에 앉든 별 상관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일본하면 열차여행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배를 타고 가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배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열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뒤지지 않았다. 좀 더 확 트인 느낌이 들어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만 같았다.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들이 쭉 이어지다가 공단이 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이 나오기도 하고.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곳곳에서 튀어 나올때면 어린 아이마냥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다 바다와 강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한강에서 배를 타도 이만큼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르겠으니까 나중에 한 번 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나가는 배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같은 관광객 운송용 유람선도 있었고, 구급요원용 배도 있었고, 가끔씩 레저용 배들도 지나갔다. 근데 그게 왜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때 별 감흥이 없어 보이던 누나의 표정을 읽고 빨리 무엇이든 재미있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이때 눈치를 채고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난 눈치가 없었고 그저 신났다. 왜냐하면 나는 여행을 왔으니까! 그래서 갑판 위로 올라가봤다. 천장에 있으니 갑판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못찾겠으니까 갑판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쾌청한 공기를 느끼는 청량한 상상을 하며 올라갔는데 내가 맞은 것은 어깨빵이고 느낀 것은 날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공기였다. 그마저의 바람도 너무 세게 부는 탓에 왠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소금기가 알알이 박힐 것 같아 얼른 내려왔다. 누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얼떨떨한 경험을 하고 내려온 나를 맞아줬다. 여튼 그렇게 오다이바에 도착했다. 이땐 누나도 기대하던 비너스포트때문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배에서 내리니 바로 인공해변이 보였다. 그때가 휴일이었는지 평일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이 많았다. 집 앞에 있는 바다에서 이렇게 물장구를 칠 수 있다니. 우리나라의 해운대는 바라보기만 해도 좋지만(피서철을 제외하고) 그곳은 진짜 바다라서 여기처럼 편하게 놀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이 많았다. 너무 좋아보였으나 내가 물장구치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지TV 건물도 찍고 여기저기 찍으며 지나갔다. 누나는 디지몬을 보지도 않았으니 아마 원형구조물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을 뿐일 것이다.
가장 처음 들른 곳은 후지TV사진을 찍은 곳에서도 보이는 아쿠아시티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인만큼 아쿠아시티, 비너스포트, 다이버시티, 빅사이트 전시장 등 그곳을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 테마와 컨셉이 확실했다. 관광객들은 그 중에 자신과 맞는 곳을 골라 둘러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곳에는 작은 자유의 여신상이 있었다. 사실 그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나서야 여기가 정말 인공적으로 꾸며진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부자연스러웠다는 말은 아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있자니 도쿄타워도 그렇듯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일본의 수도 안에 떡하니 가져다 놓을 생각을 하는 일본인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도쿄타워는 디자인을 모방한 이유를 모르겠고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하지만 너무 명목상의 이유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누나나 나나 그저 자유의 여신상을 실제로 본 것만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환상인 것을 좀 더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한 이유일까?
어쨌든 우리는 다이버시티를 지나 누나가 그토록 바랬던 비너스포트로 갔다. 메가웹이라는 올드카 전시장을 지나 쇼핑몰로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누나가 올드카 전시장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나는 딱히 감흥이 없던 터라 재밌게 봤던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온 차를 보며 신기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여기저기 가짜 투성이다. 그렇게 들어간 비너스포트역시 가짜였다. 거리도 가짜, 하늘도 가짜, 날씨도 가짜였다. 수영복을 파는 것을 보니 가짜 유럽 속에 가짜 하와이에 온 것 같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엔터식스라는 가짜가 또 있다. 왕십리에 있는 그 가짜에 워낙 익숙한 터라 비너스 포트는 내가 본 오다이바 중에서 가장 인위적으로 느껴졌던 장소였다. 여유롭게 쇼핑을 할만한 돈이 없어서 그런가. 어쨌든 누나가 신기해하며 너무 예쁘다고, 유럽을 꼭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하며 웃을 때는 나도 왠지 모르게 뿌듯했고 나만 유럽에 다녀왔다는 사실때문인지 혹은 누나가 유일하게 맘에 들어하던 곳에서 정작 나는 감흥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괜히 미안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다이버시티로 갔다. 거기에 플라잉타이거라는 디자인숍이 있었는데 가격도 괜찮고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소소하게 쇼핑할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서 갔다. 나는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구경을 하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스윽 한 번 훑는 것으로 충분하고, 여행지에서의 쇼핑은 뭔가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행을 가면 기념품으로 옷을 한 벌 사는 습관이 있는만큼 쇼핑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누나가 좋아할 것 같아서 갔다. 하지만 둘 다 생각보다 별로라고 느꼈는지, 어느 정도 구경하다가 나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은 미리 찾아둔 수제 햄버거 집이었다. 굉장히 패스트푸드스러운 가게의 모습이 수제버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맛있으면 장땡이다. 마침 창가쪽에 자리가 나서 얼른 자리를 맡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그 누구나보다 더 많이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만큼 창가 자리가 좋다. 아까 봤던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자리였는데,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누나는 멋쩍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셀카는 그렇게 잘찍으면서 왜 그렇게 멋쩍은 웃음을 지었을까.
누나는 아보카도가 들어간 햄버거를 골랐고 나는 평범하게 베이컨이 들어간 햄버거를 골랐다. 역시나 평범한 것이 최고다. 아보카도의 초록색이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너무 느끼했다. 누나나 나나 아보카도를 그때 처음 먹어봤는데 원래 기름진 것인지, 햄버거에 들어가 있어서 기름진 것인지 몰랐다. 그래도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누나는 꾸역꾸역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오니 날이 점점 어둑해지고 있었는데 누나는 피곤하다며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나는 저 멀리에 있는 관람차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니 타고 싶어졌다. 누나는 양보했다.
그렇게 탄 관람차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지만 그다지 오래 기다리진 않았고, 나 혼자 설레는 채로 관람차를 탔다.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뒤 일본 여행에서는 관람차를 꼭 타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버린 터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오사카에서 탔던 헵파이브는 안에 핸드폰과 연결할 수 있는 스피커도 있어 좋았는데, 오다이바는 그렇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야경을 보니 도쿄타워도 보였고,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보니 너무 좋았다. 창가에 비친 조명도 괜히 괜스러웠고 누나가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왼쪽 멀리에 보이는 레인보우 브릿지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람차에서 내리고, 누나가 물었다. 이제 돌아가면 안되겠냐고. 숙소로 돌아가자는게 아니라 가면 안되겠냐고 말이다. 나는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을 꼭 보고 싶었다. 사실 진짜로 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도쿄에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아쉬움에 가까웠다. 뭘 그리 대단한 사진을 찍겠다고. 그래서 나는 정 힘들면 누나 먼저 숙소로 돌아가라고. 나는 야경만 좀 찍고 얼른 따라가겠다고 그랬다. 누나의 완곡한 부탁을 그렇게 거절했다. 그것은 누나와 나의 합의점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질책에 가까웠다. 나도 걱정은 됐지만 해외라고 해봤자 겨우 일본이고 나이가 몇인데 혼자 돌아가기가 무섭다는 건지. 사실 누나는 그때 간헐적으로 터지는 원인모를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던 때였다. 하필 그날 아침부터 그 알레르기의 징조가 얼굴에 살짝 나타났다. 그래도 선글라스를 쓰면 티가 나지않기 때문에 그 날은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 알레르기가 제대로 터지면 상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행을 와서 뭘 그렇게 신경쓰는 건지. 내 돈으로 온 여행에서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만큼의 이해심도 없을만큼 옹졸했다. 누나는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그럼 그러자고 했다. 지친 누나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낯선 해외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누나에게 혼자 숙소로 돌아 가라는 동생의 말은 얼마나 차가웠을까. 그리고 그 어떤 누나가 동생을 두고 혼자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나는 왜 정작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보다 순순히 양보해주는 누나에게 고마움은 고사하고 누나와 같이 여행을 온 것이 괜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레인보우 브릿지로 걸어갔다. 우리는 서로의 걸음에서 보폭 차이를 느끼며 그 길을, 꽤나 먼 길을 걸어갔다.
인공적인 빛들이 어둠을 밝힐 때쯤 고집피워 도착한 레인보우 브릿지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옷이 얇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 그세날씨가 달라졌다. 누나는 내가 사진을 찍을동안 혼자 벤치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누나는 그 어둠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열심히 사진을 찍는 내 뒷모습이 누나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다음날, 진짜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하니, 실질적인 누나와 나의 도쿄여행 마지막날, 누나가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알레르기때문에 얼굴 전체가 퉁퉁 부었다.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누나에게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대충 다니자고,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남이 보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여행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아니 설득은 아니었다. 그럼 나혼자갈테니 정말 후회하지 않겠냐는 협박 비슷한 통보였다. 그리고는 누나를 숙소에 남겨두고 혼자 나섰다. 그래서 그런지 그 날은 온통 거리를 헤맸었다. 정말 재미가 없었다. 사람많은 신주쿠 거리에서 로프트를 찾아 헤매고, 편집숍이 많다는 어떤 거리를 찾아 헤매기도 했었다. 도로 표지판만 보고 따라가다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 들어가도 좋지도 않았고 헤매며 우연히 마주친 것들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도 없었다. 평소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 웨이팅을 하면서 점심을 먹으려 했고, 그렇게 먹었어도 맛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억울했던지 맛있다고 되뇌이며 같은 메뉴를 추가 주문해서 먹었다. 왜 그랬을까. 혹시나 누나한테 큰 일이 생길까봐 주변에 병원이 있는지 찾아보고,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나가서도 누나에게 사줄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고, 누나가 좋아할 만한 옷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혹시나 연락이 온 것이 있는지 스마트폰을 켜보고. 그러다가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즐기는 척을 하고
그날, 그냥 누나와 함께 숙소에 있어야 했다. 누나와 함께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어도 될 일이고, 지루해지면 TV를 틀어 일본에서는 무엇을 방송하는지 살펴봤으면 될 일이다. 숙소가 갑갑해지면 숙소 앞에 있는 백화점이나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갔으면 될 일이다. 기념품을 사고 싶었으면 그 백화점에서 샀어도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좋아했던 밀크티나 마시며, 누나는 쉬면서 낮시간을 보냈으면 됐다. 저녁이 되면 잠시 나가 하루를 아낀 돈으로 거창하게 외식을 했어도 될 일이고, 그렇게 돌아와 맥주 한 캔하면서 우리 여행을 돌아 봤으면 될 일이고,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이 될 기억들을 짚어봤어도 됐다. 이야기거리가 떨어지면 아직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한 엄마와 아빠를 언젠가 꼭 데려오자고, 효심깊은 남매인 척 했어도 될 일이다. 그렇게 별일없이 피곤해진 몸뚱이를 침대에 뉘고 다가오는 내일을 차분히 기다렸어도 될 일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가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다는 것에 그 사람과 다퉈야 할 정도면 애초에 같이 여행 갈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 사람과 맞지 않는 부분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면서 어떻게 혼자 여행하는 것처럼 편할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여러 사람과 여행을 다니면서도 불협화음 한 번 내지 않았기에. 나는 같이 여행을 간 사람과 싸웠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으로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그건 당신 탓이 크다고. 그렇게 성숙한 척했고 어른스러운 척했다. 그것이 가능한 사람인 척 했다.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자신의 이기심을 쏟아내는 치졸한 사람이면서.
누나와의 도쿄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누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유쾌한 남매마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백하게 나누고 싶었다. 누나와 나 사이에 거리감을 없애고 싶었다. 물론 우리 남매의 관계는 충분히 좋지만 서로가 깊은 관계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단 좀 더 서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 이것이 내가 만들어낸 이유였다. 진심은 맞지만 어쨌건 이유가 필요해 만들어낸 인공적인 이유였다. 사실은 혼자가고 싶었던 여행인데, 입대 전에 벌어둔 돈이 2명의 여행 경비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원래는 엄마와 함께 가려고 했는데, 자식들 해외여행 한 번 못보낸 자신을 자책하려는 건지 누나와 같이 가라고 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싫었던 건 아니지만 갑자기 누나를 챙겨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고민이었다. 그 부담감이 결국 무너졌던 것이다. 감추려고 감추려고 했던 감정이 결국 막바지에서 터진 것이다.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누나는 영문을 몰랐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감당해야 함이 온당하지만 나를 더욱 질책하듯 누나의 얼굴에서 터져버렸다. 누나와의 여행에서 느낀 것은 결국 나의 옹졸함이었고, 이기심이었고,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온전히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 합리화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속을 숨기고 배려하며 스스로를 어른스럽다 여기며, 배려가 없는 다른 사람을 탓하며 스스로를 더욱 높이 샀던, 이제는 애처로운 나의 모습들이 지나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자기 표현이 확실한 사람이라 생각했다니. 돌이켜 보니 만들어진 도시, 오다이바에서 가장 인위적이었던 것은 누나를 대하던 나의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