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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 Oct 08. 2016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2)

3 LI LANG

 · The Sky on August 27th

 · The Last Question that My Father Left Me: When will you come again?


                                              'Father 1927.12.03 - 2010.08.27'


아버지가 겪은 세월의 잔상이 모든 사진에 빼곡히 남아있는 것처럼 그의 사진들에는 그의 아버지가 온전히 녹아있다. 주름진 얼굴, 쪼그라든 무릎, 앙상한 몸, 아버지의 물건들, 때때로 떠오르는 지나간 시절들이 담겨 있다. 사진에 담긴 작가의 시선에는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저 담담히 셔터를 눌렀다. 그가 셔터를 눌렀던 매순간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니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는 사진들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lindspotgallery.com/en/exhibitions/past/my-mummy-father






4 Rizki Resa Utama

동영상을 퍼올 수 없어 공식 사이트 주소를 첨부한다.

내가 전시회에서 본 작품은 'THE HAPPY PEOPLE'의 'The Happy Family'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 작품들 중 아마도 유일한 비디오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명색이 사진비엔날레인데 왜 비디오 작품을 전시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앞섰는데, 작품을 보니 이해가 됐다. 작품에 담겨 있는 것은 사진을 찍는 과정, 즉 포즈를 취하는 살짝의 움직임이었고 프레임은 고정되어 있었다. 컷 편집은 없지만 사운드는 들어가 있다. 사진이라고 하기에도, 영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이 매체를 부르는 용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용어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놓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잡아낸 것이라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을 때 웃는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더욱더 당연하다. 가족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족의 현재 모습을 남기기 위해, 사진으로 가족애를 간직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웃는 표정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의 스킨십이 들어간 포즈로서 표현한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동영상에서 들리는 목소리처럼 말한다. "더 크게 웃어보세요. 즐거운 일을 떠올려 보세요. 포즈를 한 번 바꿔볼까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공감되고 재미있었다. 더 크게 웃어보라는 말에 곧 경련이 일어날 듯이 입꼬리에 힘을 주고,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만드느라 어색해하는 모습들이 낯설지 않았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담기 위해 용을 쓰는 카메라 너머의 사람들에 어찌 정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한 요소들을 재밌게 포착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THE HAPPY PEOPLE'이라는 연작 속에서 이해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The Happy Family ', 'The Happy Tourist', 'The Happy Employee' 중 마지막 작품 속에서 그 의미가 도드라지는데, 여럿의 마트 직원들 중 사진가가 보기에 가장 만족스럽게 웃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뽑아내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웃음 경쟁'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웃음 경쟁'을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웃음은 보통 행복감을 나타낸다. 단 몇 장의 사진들로 자신의 인생을 미화하고 그것을 통해 타인의 부러움을 사려는 이들을 꼬집는 것이다. 익숙하게는 SNS 속에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애초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에 종속된 존재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과 연결된 타인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그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받으며 행복해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박탈감을 느끼고 질투하며 그로 인해 불행해지는 존재다. 영상 속에서는 어떤 이도 사진가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살며시 미소를 짓는 사람도,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환하게 웃는 사람도, 평범한 웃음을 짓는 사람도 모두 탈락한다. 이 경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자만이 타인에 종속된 인간임에도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그 속을 허우적대고만 있다.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나고 뒷부분은 잘려있다. '웃음 경쟁'에서는 누구도 진정한 승리를 거머쥘 수 없다는 것일까, 혹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뜻인가.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진 않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다. 요즘에는 앞선 인간의 본성을 SNS에 올리는 사진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 그대로 '환상의 디지털 세계'에 목매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그렇게 'The Happy Family'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진짜 문제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가족사진을 찍는 행위로, 여행의 즐거운 기분을 간직하려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재현한다고 해서 그 문제를 짚어낼 수 있을까? 사진에서 행복한 순간을 남기고 누군가와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찾기가 힘든데, 얼마 전에는 sns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생활이 모두 다 진짜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대부분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거짓 인생을 구축하기 위해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는 것일까? 그러니까 그냥 기쁘고 즐거워서 그 순간에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만큼 사진이 보편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딱히 즐겁지 않았지만 그 순간을 미화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누구도 그 행동에 대해서 어떤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물론 2013년 작품이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태생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라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과는 시간차로 인해 문제 인식이 엇나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문제의 본질을 놓쳤다. 더불어 SNS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으면 좀 더 시의성이 강한 문제를 짚었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별의별 짓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일어났던 각종 xx패치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진과 비디오 그 중간에 있는 매체로서의 작품들이 몇몇 있었는데 개별적으로 전시된 것이 아쉬웠다. 비디오 작품 역시 대중화되면서 사진과 비디오 중간에 있는 매체의 영역에 대한 담론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참신한 시도 또한 많다는 것을, 무지한 나도 대충은 들어 봤는데 전시회 자체가 사진이 담고 있는 내용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고민이 들어갔다면 더욱 풍성한 전시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매체를 다루는 것이 애초에 하나의 기획이 될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땐 관람객 중 절반이 외국인이었던 터라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백남준이 나온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런 고민을 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랬더라면 이 작품 역시 다른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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