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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 Oct 20. 2016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3) -성을 사고 파는 일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5 전리해


'성을 사고 파는 일'은 나에게 낯설면서 익숙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용인할 수 없지만 주변은 그렇지가 않다. 한국 남자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친구들의 무용담 같은 얘기만 해도 수없이 들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거의 절반이 경험한 적이 있고,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못한다. 기성세대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대학생들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일련의 ‘카톡방 성희롱’사건만 봐도 남자 대학생들의 ‘성의식’ 수준을 알 만하다. 그나마 이성 앞에서는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동성 간에는 서스럼없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뭐 어때서?'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자 대학생들도 다를 바 없다. 일명 ‘오피녀’ 중 젊은 아가씨들 대부분이 대학생이라는 것은 이제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랜덤채팅사이트에 접속하면 내가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는 아예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여자들의 ‘성의식’ 문제가 공론화된 적이 없다. 그 드라마에서도 ‘과거의 피해 경험’으로 얼버무렸다. 나 역시 이제껏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만 떳떳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방관자였다. 그러다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자극적인 작품을 봤다. '전리해'의 것이었고 작품명은 '언니 part1.', '유리창 인터뷰'였다. 같은 맥락에서 '성을 파는 여성'의 생각을 재현한 영상과 글 작품이었다. '언니 part1.'은 홍등가를 배경으로 한 영상에 판소리를 입혔다. '판소리가 그렇듯 성을 사고 파는 일'의 역사 역시 오래됐음을, 하지만 ‘성매매특별법’, ‘사회적 낙인’ 등으로 억압받고 있는 현실의 부당함을 '곡'함으로써 표현했다. 홍등가의 조명 역시 정육점스러운 붉은 빛이 아니었다. 핑크빛이었다. 편견에서 벗어나 '성을 사고 파는 일'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뜻처럼 보였다. '유리창 인터뷰'는 글이었지만 그 속의 목소리가 들렸고 꼬리를 물 수 있는 말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녀가 물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대답하기로 했다.


언니 part1.


전리해의 '유리창 인터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뷰 속 인물은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이다. 포주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의 ‘성’을 돈을 받고 내어주는 여성이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에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를 둘러싼 오해들을 비꼬듯이 해명한다. 그녀는 인신매매,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성을 파고 사는 일'의 길로 내몰린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쓰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녀는 하고 있는 일만 제외한다면 자신 역시 보통의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커피 한 잔을 놓고 스타벅스에 앉아 있으면 다른 보통의 여자들과 구분할 수 없을 것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막연한 꿈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여성이라고 한다. '성을 사고 파는 일' 역시 힘든 점도 있고, 보람도 있다며 여타의 직업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직장으로 따지면 상사 격인 포주도 친절해 사람들의 편견과 다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신의 근무지가 100년이나 되는 세월동안 유지되어 왔음을, '성을 사고 파는 일'은 성범죄 예방 등의 사회안정을 위한 필요악임을, 세상에는 그보다 더한 ‘악’이 존재하는데 왜 호들갑이냐는, 자신의 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 한마디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다 들어 보니까 오빠야 생각은 어떤데?’ 그녀 역시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다.



그저 어쩌다가 그 일에 몸담게 됐다는 당신의 말을 들었을 때는 ‘차라리 어찌할 수 없는 일에 휘말린 것이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생각임을 알지만 ‘조금 더 쓰고, 조금 더 놀고 싶었다.’는 당신의 말에서 보이는 욕심을 탓하고 싶었다.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그곳에서 당신은 더러운 돈이 오가는 여러 관계 중 '성을 파는 행위'에 묶여있다. 알면서도 왜 더러운 돈이 매개가 된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건가. 그것은 당신이 스스로를 물건처럼 여기고 자신을 악(惡)속에 내팽겨치는 것과 다름없다.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당신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모를 정도로 바보 같은 여자가 아니다. 답답함에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온전히 당신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임을 안다. 당신은 돈이 필요했고, 당신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주는 일자리가 그곳밖에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당신은 다른 여자들과 자신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그랬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면 다 똑같아 보인다고.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구분할 수 없는 만큼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다. 당신이 그랬듯 겉으로 번듯한 일을 하는 사람도 벗겨보면 더럽고 추한 생각으로 가득할 수 있다. 또 당신은 보통 사람처럼 막연한 꿈이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그런데 나는 한 가지가 걸린다. 남성이 중심이 된 가정의 형태에서 전형적인 ‘여성’의 노릇을 자처하겠다고, 남자가 번 돈으로 유지되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당신이 '현모양처'의 삶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일 수도 있고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결국 한국사회에서 보편적인 불평등한 남녀관계에 익숙해진 당신의 사고방식이 그 일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지만 성을 매매하는 관계에서조차 자신의 주체성을 강조했던 당신이 그럴 리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당신이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이것은 편견이다. 당신이 '성'을 판다고 해서 당신을 객체로서 인식하려고 했던 선입견에서 비롯된 나의 짧은 생각일 것이다.      



또한 당신은 다른 일들과 다를 바 없이 고충도 있고, 보람도 있는 그 일을 하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말해준 이야기는 새삼 충격적이었다. 내가 우려했던 종류의 일을 당신이 실제로 겪었다니, 당신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은 참 강한 사람인 것 같다. 조금만 노력하면 당신이 원할 때 쉴 수 있고, 정신 이상자를 만나 병원에 실려가야하는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직업들을 구할 수 있다. 당신은 수능 점수도 꽤나 잘 나왔고, 대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있으니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 것이고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지금의 보람보다는 몇 배 더 값진 보람이 찾아 올 것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일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니 고충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경우는 소비습관을 고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 빠져나온다면 적어도 그 속에 있는 삶보다는 좀 더 당당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금 말하지만 당신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 기자 아저씨도 은근히 돈을 쉽게 번다는 투로 얘기했을 것이다. 그 아저씨나 나나 당신이 고생하는 것을 몰라 그런 태도를 보인 건 아니다. 당신이 단순히 돈을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그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는 당신의 말처럼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가난에 허덕이는 누군가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생각은 절대로 편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진입장벽이 턱없이 낮은 우리 사회를 보면 이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당장 채팅 사이트에만 접속해도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그런 일들을 시작할 수 있다.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리는 당신의 말 그대로 당신들이 위험하게 돈을 벌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당신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일이 늘어나는 성범죄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당신이 애처로웠다. 당신은 잠재적 성범죄자의 욕구를 미리 풀어줘야 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욕구가 범죄와 사회문제로 터져버리는 것은 당신들의 탓이 아니다. 우리가 속한 불공정한 사회가, 본능적인 욕구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그 사람들이 문제다. 왜 당신들이 그 문제의 책임을 지려고 하는 건가. 누가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런 말은 당신들이 비겁하다고 욕하는 남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변명할 때나 하는 말이다. 왜 당신들이 혐오하는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와 자신들을 변명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무언가가 오래 지속된다고 그 무언가가 무조건 옳지는 않다. 당신도 잘 알지 않는가. 당신도, 나도 이 문제에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단순히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을 놓아버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당신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까지 '성을 파는 일'에 몸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외모'와 '나이'로 당신이라는 '상품'의 가치가 결정되는 곳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둘러싼 환경은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야 인복으로 좋은 업주를 만나, 혹은 '아가씨'라는 이유로 당신은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곳에서 일할 수는 없을 것이고 당신이 옮겨간 곳에서 만난 업주는 우리의 편견대로 포악할 수도 있다. 당신은 내게 잠시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각종 벌금으로 당신과 같은 여자들에게 빚을 지워 빠져 나갈 수 없게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일에 익숙해질수록 당신은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른 여자가 될 것이다. 다른 일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제야 그곳을 벗어나려는 건지 묻고 싶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갑자기 '돈', 바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까, 운이 좋아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꿈꾸던 그 막연한 삶에 포함되어 있는 아이에게 당신이 했던 일들을 말해줄 수 있을까.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일일까? 당신은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평생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저주하려는 게 아니다. 당신이 외면하고자 하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아무리 개선된다고 한들, 당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외면당할 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은 바탕이 되는 생각부터가 틀렸을 지도 모른다. 나는 고결한 '성'을 돈을 주고 사고 팔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이 실제로 '성'을 그리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 없다. 내가 '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를 납득시킬 수 없다. 내 생각에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로 존엄을 갖듯 '성'은 본래부터 소중한 무엇이다. 물론 그 존엄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냐를 묻는다면 다시 할 말이 없어지겠지만 그렇다고 본질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그런 나의 생각을 학습된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성'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 교육받아왔다. 불건전한 성생활은 성병을 유발해 건강을 위협하고, 돈을 매개로 '성'을 사고 파는 것은 '성'을 대상화하고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배웠다. 그런 이유들도 본질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실 본질을 따져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연한 일은 당연하다는 이유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성을 사는 행위'가 만연한 한국사회와, 그 업종에 너무 쉽게 유입되는 여성들을 보면 '성'을 고결하다고 보는 인식자체가 틀렸다는 의심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몇 찾았다. 아마 몇몇이 아니라 꽤 많지 않을까. 그들은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불건전하게 인식되는 과정에 대해 궁금증을 느꼈다. 그들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당신도 들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이제까지 얘기하던 것들이지만. 그들은 '섹스'라는 아주 개인적인 '일'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개방된 장소인 '시장'에 끌고 들어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자연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섹스‘와 같은 친밀한 행위는 서로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할 때 자연스럽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들은 '섹스'를 '사랑'과 동일시하는 실수를 했다. 나는 당신이 '사랑'이 아니라 '섹스'를 통한 '쾌락'을 파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깊게 나아간 이야기들도 있다. '성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성을 파는 사람을 상품으로 여기게 만들고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 상품화의 대상이 주로 여성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남녀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나는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 생각한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경제적 지위를 가진다고 해도 ‘성을 사고 파는 일’은 적어질 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은 한국 남성들이 '성'을 구매한다고 해서 그들이 ‘성을 사고 파는 일’의 원인은 아니다. 단순한 구매자로서의 남성들은 그 업을 키우는 데 더욱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역시 그러한 현실에 좌절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했지 않나. 너무 쉽게 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실질적인 문제가 아닐까? 그것 역시 본질은 아니다. 본질적인 이유는 '돈', '생계 해결' 등의 불평등한 경제적 구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속에 유리천장, 일자리 부족 등의 남녀불평등도 어느 정도 포함될 것이다. 요즘은 당신 같은 남자들도 많다. 그 남자가, 당신이 돈이 많았다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 하려고 했을까?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완전히 이상적인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성'을 팔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고, 누군가는 그 '성'을 살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사람도 있고 예민한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결국 그 무엇도 '성'을 사고 파는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들도 한 번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 아니 들어봤음직한 얘기들이라 당신들의 대답이 궁금해서 꺼내봤다.     



물론 당신은 이런 현실감 없는 이야기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당신이 피해를 봤을 때 안심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고 억울함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을 사고 파는 일'을 합법화해야 하니, 금지해야 하니 하는 등의 주장들은 당신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들이긴 해도 결국 놓치고 있는 부분들도 많고, 당장 당신들이 처해있는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소리다. 그러니 '합법화'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사회의 분위기상 받아들여질 확률도 너무 낮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성매매특별법'을 개선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한다. 지금처럼 '성을 사고 파는 일'에 강제로 동원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범법자로 간주하니 당신처럼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성을 사고 파는 일'에 대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면, 또한 그것이 어떤 '가치'의 문제라면. 또 그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 행위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일까. 또한 지금의 법은 '키스방' 등 (유사)성교행위가 없는 일은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다. 당신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불합리를 느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성을 사고 파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비범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유입 동기가 무엇이든 그 곳에서 빠져 나오려고 마음먹는다면 동등하게 도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을 사고 파는 일'은 한 번 빠져나온다고 하더라도 다시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또한 정부의 도움 역시 '쉽게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정부가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구체성을 갖춰야 할 것이고, 각종 혜택과 지원은 '임대'의 형식으로 주어져야 한다. 또 당신은 구매자들이 신고를 빌미로 협박을 하고, 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이 억울하다고 그랬다. 그들도 자발적인 '성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처벌 역시 불합리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구매자는 그 '업'자체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그것을 부풀리고 지탱하고 있는 뿌리이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 '합법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다른 나라를 보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문제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성을 사고 파는 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결국은 '돈'때문이다. '돈'이 아니라면 탐탁치않게,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도, 당신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은 불공정한 사회가 문제라는 뻔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신에게 미안하지만 나조차도 그런 현실에서 허우적대며 살고 있을 뿐이다. 어찌됐건 '성을 사고 파는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은 절대로 하나로 섞일 수 없을테니, 결국에는 서로가 가진 삶의 태도를 존중해야 하는게 답일 것이다. '모성'역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아이 돌봄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고,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그들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비난할 수는 없다. 요양소 역시 그렇다. 그렇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성'역시 그럴 것이다. 아직은 그 부작용이 너무 심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가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어서 그 일을 그만뒀으면 한다. 그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바깥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한국 사회의 인식이 바뀌려면 아마 우리의 평생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의 평생이 흘러가도 '성'이 고결하다는 것을 끝내 부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인식이 바뀐다고 한들, 그 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이미 익숙한 나와 당신은 그 일에서 느낄 죄책감과 후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이라 믿는다.

 




*'성매매'라는 용어는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낙인이 찍혀 있는 용어라는 점에서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논문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의 경험과 맥락에 관한 연구 -‘노동’과 ‘피해’경험의 역동성을 중심으로-, 박순주,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학위논문, 2014.

*도시화와 성적 친밀성의 상품화 : 서울의 키스방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현재, 도시인문학연구 제2권 2호, 2010.

*자발적 성매매의 비범죄화에 대한 고찰, 김혜림, 광주여자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학위논문, 2014.


등의 자료를 참고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2016.1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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