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지우다를 반복하다 겨우 내뱉는 말.
그렇게 여행이 끝났다. 시작부터 그리 즐겁지는 않았던 만큼 그 말미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글을 쓰며 여행의 기억을 펼쳐 훑어보니 남은 것은 어떤 시시콜콜한 단상과 누나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었다. 사실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더 있었다. 내가 느꼈던 색채로서의 일본. 그 잿빛 풍경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말하고 싶었다. 친구와 있었던 에피소드들, 술에 취해 새벽의 도톤보리 거리를 헤맸던 일들. 모두 쓰고 싶었지만 접어 두기로 했다. 몇 번이나 쓰고자 했지만, 왠지 모르게 써지지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기를 반복하다, 이 여행기를 여기서 끝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결심을 실천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에 슬럼프에 대해 쏟은 글처럼 무기력한 나의 상태 때문인지, 혹은 여행에 대한 미련이 남은 건지, 보잘것없는 것들만이 남아버린 여행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그 아쉬움을 메우려는 집착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이것도 저것도 이유가 아니다. 아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우물쩡하는 나의 태도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떠오르는 의문들에 대한 아무런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두서없는 여행기를 역시 두서없는 방식으로 끝내려고 한다. 아니 그냥 끝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또 무언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다시 쓰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고.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말미다. 끝이 아니라 끄트머리다. 아직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끝내고 싶기도 하지만, 끝내고 싶지 않기도 한. 그런 글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르겠다. 나는 자꾸 이유를 찾는다.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불길하다. 어쩌면 그건 강박일지도 모르니까. 모든 것이 무위의 질서 속에서 정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태도와는 상반된 이러한 생각들은 내가 가진 또 하나의 태도 인양, 내가 얼마나 모순적인 사람인지 알려주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라 나를 더욱 헷갈리게 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인정해야 하는 나의 모습이겠지.
여튼간에 여행기는 끝났다. 도쿄를 다녀온 뒤, 지난 5월. 그러니까 저물어 가는 올해 속의 5월, 누나와 제주도로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났다. 그때도 누나와 싸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도쿄에서처럼 일방적인 싸움은 아니었다. 누나도 나를 답답해하고, 나에게 화를 냈다. 물론 싸우고 있던 그때에는 또 별별 좀스런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 들어찼지만 지나고 나니 나쁘게 남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 미화된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저 좋았을 뿐이다. 그때 즐거웠노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 글도, 그냥 그랬다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