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잡설
사드(THAAD) 보고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계에서도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갖 무리수가 튀어나온다. 모든 논쟁이 그렇듯이 말이다.
야당이 힘을 주어 말하는 주장은 이거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에 발사대 2기가 배치된 지금, 나머지 4기가 국내 반입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보고에서 누락해도 된다.'
나경원 의원은 "사드 발사대 6기는 상식"이라고 했고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가 6기라는 것을 몰랐다는 게 더 충격"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라는 전제가 일단 맞다고 해도 국방부의 보고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사드는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에서 (항상 0순위인 북핵을 제외하면)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통수권는 사드의 반입 배치 및 운용의 현황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국방부가 1개 포대 반입되었다고 콩떡같이 말했으니 찰떡같이 알아먹어라.'는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현재 청와대는 "1개 포대 반입"이라는 표현조차 못 들었다고 한다. '이미 언론 보도가 있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그러냐'라는 주장 역시 이상하다. 대통령이 국방 현안을 언론보도 통해 알아야 하는 직업인가.
야당의 주장에는 이렇게 논란거리가 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애초부터 틀렸다. 사드 1개 포대는 항상 6개의 발사대로 구성되지 않는다.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개는 상식"이라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하나씩 짚어보자.
1. 사드(THAAD)의 제작사 록히드 마틴이나 어떠한 사드 운용국가도 '1개 포대 = 6개 발사대' 공식을 주장을 한 적 없다.
1-1. http://www.lockheedmartin.com/us/products/thaad.html
먼저 록히드 마틴의 사드 카탈로그이다. 6개의 발사대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1-2. http://www.globalsecurity.org/military/library/policy/army/fm/3-01-11/ch4.htm
권위 있는 안보전문 웹사이트 Global Security에서 공개한 사드의 필드매뉴얼(야전교범)이다.
해당 문서 어디에도 '1개 포대=6개 발사대'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2006년의 초도배치 포대 (FUE; First Unit Equipped)는 2기의 발사대를 장비"한다고 명시되어있다. ("the FUE battery in 2006 will have 16 missiles, 1 radar, 2 launchers, and 1 BM/C3I segment")
2. 안보 전문지, 또는 위키피디아 등에서 역시 '사드 1개 포대= 발사대 6기'를 확정하지 않는다.
2-1. "사드는 '최소' 6기의 발사 차량으로 구성된다." - 영문 위키피디아
"A THAAD battery consists of at least six[27] launcher vehicles,"
2-2. "사드는 포대는 일반적으로 전술작전차량 2기와 지상레이더 1기를 포함한, 8기의 미사일을 탑재한 9개의 발사 차량을 운용한다. ('일반적으로' 발사대 6기라는 뜻)" - Army Technology.com
"The THAAD battery typically operates nine launch vehicles each carrying eight missiles, with two mobile tactical operations centers (TOCs) and a ground-based radar (GBR)."
2-3. "현 육군의 사드 포대 설정은 48개의 요격체(미사일)를 탑재한 6기의 발사대를 포함하지만, 72개의 요격체를 탑재한 9기의 발사대로 확장(scaled up)될 수 있다고 보고된다.
- 미국 국제전략문제 연구소 (CSIS) 운영 웹사이트 Missile Threat에서. 이 문장은 The National Interest지 주필 Harry J. Kazianis의 재인용이다.
"Current Army configurations of THAAD batteries include six launchers and 48 interceptors, though certain reports indicate that this could be scaled up to nine launchers and 72 interceptors."
3. 미육군 역시 사드의 첫 번째 두 번째 포대를 발사대 3기의 구성으로 운용하였다.
1-1번 항목과 약간 겹치는 내용이다. 미군이 운용한 첫 번째(2008년)와 두 번째(2009년)로 운용한 사드 포대는 발사대 3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2012년 8월이 돼서야 제작사 록히드 마틴은 각각 두 포대에 추가할 사드 발사대 3기 분에 대한 계약금을 받는다. 미육군의 사드 포대 역시 최소 4년 이상 발사대 3기로 운영된 것이다.
http://lockheedmartin.com/us/news/press-releases/2012/august/mfc-081512-lm-receives150million.html
4. 사드의 첫 번째 수출 도입 국가 UAE는 레이더 4기+발사대 9기의 구성을 요청했다.
UAE는 사드를 FMS; (Foreign Military Sale : 대외군사판매)로 도입한 첫 번째 국가이다. 2008년 도입 제안 당시, UAE는 레이더 4기+발사대 9기+사격통제플랫폼 6기의 구성을 요청했다.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상황이지만 '사드 한 세트 = 발사대 6기'라는 주장은 역시 틀렸다.
http://www.army-technology.com/projects/thaad/
자, 이처럼 '사드 1개 포대(혹은 세트)=발사대 6기'가 상식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야당들은 분발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발사대 개수 논쟁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뭐 일반적으로 발사대 6기로 구성된다라고 인정해주자. 사드가 발사대 몇 기로 구성되든 간에, 중요한 안보 및 외교 현안의 보고 체계가 엉망이었다는 사실. 이게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