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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허정 Jul 19. 2020

결혼 1주년에 다들 뭐하세요?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결혼 1주년이 다가왔다. 작년 7월 20일, 이례 없는 7월의 태풍 속에서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혹여나 방향을 틀거나 약해지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내게, 태풍 다나스는 가혹하게도 결혼식 당일 엄청난 비바람을 선사했다.


이른 새벽부터 쏟아지는 장대비와 거센 바람. 메이크업을 받고 드레스를 입은 후 예식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신부인 나를 아빠와 아버님이 양쪽에서 보호해주셨다. 행여나 어여쁜 신부의 화장과 머리가 망가질까, 우산으로도 막을 수 없는 비바람을 겉옷으로 덮어 감싸주셨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 속에서도 가까이에서 또 멀리에서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주셨다. 그 소중한 발걸음들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그 감사함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살자고 늘 신랑과 이야기한다.


축사를 해주신 우리 아버님께서는 "태풍 다나스도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왔다"며 궂은 날씨에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찾아와 주신 하객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다. 아버님의 센스 있는 축사와 함께 태풍 속 우리의 결혼식은 무사히 치러졌다.


그리고 일 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주말, 우리는 결혼 1주년을 기념하여 양가 부모님들을 초대했다. 우리는 작년 연말부터 결혼 1주년이 되면 양가 부모님들을 모시고 우리가 결혼했던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아무래도 뷔페에 가서 식사를 하는 건 무리일 듯했다. 아쉽지만 우리가 시간을 내어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결혼 초, 신랑의 생일에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필살기를 다 써서 어떤 음식을 해드리면 좋을지 계속 고민이 되었다. 단호박 훈제오리, 밀푀유 나베, 월남쌈, 맛살 하트전, 불고기... 이미 해드린 탓에 더 좋은 게 없을까 고민하다, 내륙에 계셔서 자주 회를 못 드시는 시부모님을 위해 간소하게 회를 대접하기로 했다.


양상추에 연어와 날치알을 올리고, 새우튀김을 하고, 콘치즈를 했다. 그리고 후식으로 멜론 프로슈토까지. 어머니께서는 여느 일식당 부럽지 않다고 연신 칭찬을 해주셨다. 맛있게 드셔주셔서, 그리고 네 분이 즐겁게 식사 시간을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우리는 태화강 국가정원에 갔다. 끝없이 펼쳐진 십리대밭길을 걸으며 며칠 밤을 새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부모님들끼리 도란도란 즐거운 대화를 나누시는 그 뒷모습을 따라 걸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부모님들이 지혜롭게 걸어가신 그 길을 따라가겠지.


이렇게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어주셔서, 자식들의 첫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와주셔서 그저 감사했다.



둘만의 기념일이 될 수도 있는 결혼기념일. 신랑과 나는 우리가 결혼해서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낳아주고 길러주신, 그리고 오고 가는 따뜻한 배려 속에서 순조롭게 결혼하게 해 주신 부모님들을 초대했다. 그 감사한 마음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양가 부모님들의 축하 속에서 우리는 1년 전 그날을 추억하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행복한 날들을 상상했다.


우리 덕분에 소중한 사돈을 만나게 되어 고맙다고 하시는 부모님들, 부모님들 덕분에 행복하게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이렇게 예쁜 마음들이 모여 행복 가득한 가족을 이루었다.


훌륭하게 신랑을 키워주신 어머님과 아버님, 사랑받는 며느리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잘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 그리고 나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신랑. 이보다 더 값진 결혼기념일 선물이 따로 있을까.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결혼기념일에 더욱더 발전된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양가 부모님들이 오래오래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마음속 깊이 소망한다.



우리에게는 또 이렇게 하나의 추억이 쌓였다. 10주년에도, 20주년에도 네 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주시면 좋겠다.




1년 전, 태풍을 헤치고 저희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또 전합니다. 앞으로 있을 크고 작은 일들에 저희를 불러주시면 꼭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토요일 시간을 내시어 찾아와 주신 덕분에 저희 허허 부부는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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