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봄날임에도

by 허정구

누군가는 오고 싶어 하는 곳인데

많은 이들이 꿈꾸는 제주도에 살면서


나는 2년이 지나고 3년이 되는 세 번째 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도

바로 앞에 보이는 바다조차 가까이 가보지 않는다.


괜스레 쫄랑거리며 다니다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만남이다 보니

꼭 필요한 만남 외에는 모든 접촉을 스스로 차단하고

외면하며 살다 보니...


봄날이어도 여름날이어도 가을. 겨울날에도

이곳 숙소와 일터 이곳에서 만나는 우리들 외에는 만나지 않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도

눈부시게 햇살이 내리쬐어도

어느 순간 생겨버린 두려움 때문에 오롯이 이곳에 스스로 가두며 살았다.


봄날이어도 답답했는데

벚 꽃잎이 눈처럼 날려도 힘들었던 건 아마도 마음에 가득 찬 두려움 때문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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