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幻想

by 허정구

늘 나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짜장면이 먹고 싶으면 짜장면을 먹었고,

햄버거가 먹고 싶으면 햄버거를 먹었고,

순댓국이 먹고 싶으면 순댓국을 먹었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스테이크를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어 본 적은 없다. 스파게티. 랍스터 그런 건 이름만 들어보았다.

그냥 늘 그냥 밥 한 끼였다. 그게 빵이건 한 공기의 밥이건 한 그릇의 면이건 내가 누리고 싶은 것들을 누렸다.


가진 게 없지만 좋은 일에는 축하를 해줬고, 슬픈 일에는 마음을 보탰다. 없는 형편에도 기본적인 도리는 하고 싶었기에 내겐 과도한 줄 알면서도 욕심을 부려 십시일반 보태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건 기본이었다.

늘 그러다 보니 기본만 했다.

받는 사람에겐 표 나지도 않았고

기억되지도 않았고

그냥 늘 명단에 있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늘 이렇 게 사는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내게 쓰여지는 작은 걸 아끼고 아껴

내겐 부담스러운 중간 돈들을 무참히 써왔다.

큰 돈은 늘 없었기에 큰 돈은 써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평생을 살아왔지만 지갑에 있는 십몇만 원이 재산이다.

바닥난 적도 없지만 쌓여본 적도 없는 나의 재산.


집을 산다는 건 꿈조차 못 꿔 본 일인데... 친구들은 이제 살이 갈 집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며 이야기할 때


나는 또 서글퍼진다



잘 못 살아온 건 아닌데

잘 살지 못했고

낭비하지 않았지만 알뜰하지 못했고

방탕하지 않았지만 결국 주머니는 비었다.


빈 주머니만큼 마음도 텅 비어버렸는데 왜 이렇게 마음은 무거운 걸까. 어설프게 살아왔나 보다. 어설프게 살고 있나 보다. 아직도 幻想에 빠져 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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