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태풍이 가고 나는 새벽하늘에 별을 봤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태풍이라는 초강력 태풍 「제11호 한남로」는 예보대로 어젯밤 자정 서귀포와 최근접 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북상했다.
다른 태풍과 달리 유달리 길었던 태풍 기간 쉴 새 없이 뉴스에서 쏟아지는 초강력 위력에 나무를 묶고 동여매고 고장 난 문을 꽁꽁 짜내고 쏟아지는 엄청난 빗줄기를 온몸으로 다 받으며 배수로에 얹혀진 낙엽을 치우고 치우며 준비했다.
태풍과 만나던 어젯밤
통과하기 전까지는 설레발이 너무 컸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차마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마치 금기시되는 어떤 말처럼... 말이 씨가 될까 봐 상황을 지켜보며 현장을 지켰다.
엄청 세지도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20m/s 정도의 비바람이 저녁부터 자정 전까지 불었다. 튼튼하게 서로 결박하듯 묶어놓은 버팀줄 때문에 그 바람 속에서도 나무들은 짱짱하게 버티고 있었고, 다른 시설물들도 흔들림 없이 버텨주었다.
자정 태풍이 최근접 했을 때는 오히려 바람과 비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게 끝인 건가!
하지만. 이번 태풍은 통과 전보다 통과 후의 바람이 더 거칠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굉음을 내며 내 달리는 바람 앞에 가로등 주변 나무들의 움직임은 휘청휘청 나 조치도 바람 앞에 곧추서 있기 힘들 정도의 거센 바람은 쉴 새 없이 불었다.
01:00 02:00 03:00 04:00 05:00
새벽하늘엔 북두칠성 별빛이 반짝이는데도 불구하고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침은 밝았고
거센 비바람을 1부 2부로 나누어 맞았지만 거뜬히 버텨주었다. 나무도, 판넬도, 문짝도
모두 어제의 모습 그대로였다.
단, 곳곳에 쌓인 수북한 낙엽과 부러진 잔가지만이 어젯밤에 뭔 일이 있었던 거니? 묻고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태풍이 이번에 알려준 건 태풍의 반경과 중심부에 대한 해석이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모아 우리가 되면 버텨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선택을 알게 해 주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태풍은 가고 그 새벽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을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