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목욕탕

by 허정구

늘 생각하는 거지만 5,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내 삶의 최고의 사치는 목욕탕인거 같다. 너무 좋다.


난 누군가에게 목욕탕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을까. 꼭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걸 다 벗고 보여줘도 전혀 부끄럽지않는 그런 공간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받아 들여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뜨거운 탕안에 몸을 넣으면 순간 짜릿한 전율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소름으로 돋아나는 때가 있다. 뜨거운데 시원하다고 말하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열탕의 기운이 내 몸 곳곳으로 스며들때 난 이렇게 말한다. 이 기운을 한껏 내 몸에 차곡차곡 채워넣길 바란다고...


탕에 들어앉아 있으면 가벼워지는 몸만큼 마음도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다시한번 사우나에 들러 온몸가득 열기로 채우곤 냉탕으로 달려간다. 냉탕에 뛰어들어 잠수하며 숨을 참고 고요와 침묵속에 잠시 내 몸을 띄운다. 이번엔 열탕의 열기와 달리 냉탕의 한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게 느껴진다. 마치 몸속의 모든 땀구멍들이 열리며 그곳으로 파고드는 서늘한 냉기가 온몸에 채워지는 그 쾌감...이렇게 목욕탕에서 뜨거움의 열기와 차가움의 냉기를 서로 번갈으며 내몸에 그 기운들을 하나씩 받아들여 가득채우면 세상살며 비워진 내 기운들이 다시 빠짐없이 채워짐을 느낀다.


때를 밀기도하지만 목욕탕에서 느끼는 이런 쾌감때문에 난 목욕탕에가고 이런 사치를 누리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이렇게 쌓여진 피곤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지는 목욕탕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역활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가지 아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속에 살아간다.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힘겨워하고 웃기도하며 고민하고 걱정하고 뿌듯해하며 만족하고 또 그리워하다 외로움에 빠지기도하고 또 일어나고 잠들고 뛰어다니며 벅찬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해주고 싶다고 다 해줄 수 있는것도아니고 포기하고싶다고 포기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잊고싶어도 지워버려도 또 생각나고 기억되는 일들처럼 반복되는 일상속에 수만가지 느낌들을 받으며 그렇게 매 순간순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가능한 좋게 가능한 아름답게 가능한 쉽게 하지만 내의지와 달리 일상은 때론 복잡하다


그런 일상의 날들을 보내고 휴일날 목욕탕에서 누리는 사치는 항상 지친 몸과 마음을 - 그렇게 몸에 쌓인 때가 벗겨지듯 -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진다. 다시 사랑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도 다시 살아갈 가볍고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태어난다. 나도 그랬으면 목욕탕같은 사람이 되었으면하고 오늘도 생각했다.

그녀에게도 그사람에게도 그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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