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밥한끼

by 허정구

방금 저녁을 먹었다.


낮에도 점심을 먹었다.


저녁은 전자렌지에 2분30초 데운 햇반 하나와 후라이판에 구운 스팸 한통 그리고 어제 남은 김치 조금


점심은 송년모임에 참석하다보니 호텔 한정식이였다.

전부 모두를 기억할 순 없지만

애티타이저로 송편같은 모양의 노란 찹살떡.

장어초밥

갈비찜.

연어스테이크

과매기무침.

묵은 김치와 홍어 삼겹살의 삼합

그리고 또 다른 생선찜과

오곡 찹살밥

그리고, 새우튀김과 고기가 속을채운 가지튀김 등등


근데


점심도 배불렀지만 방금 먹은 저녁밥 또한 배부르기는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니 뭘 먹어도 배는 부르다.

삶도 이런거 같다.

이렇게 보내도 하루이고 저렇게 보내도 하루이고



어떤걸 먹느냐보다 어느자리에서 누구랑 먹느냐가 더 맛난 밥한끼란 생각이 든다. 예쁜 그릇에 모양갖춰 담겨진 한정식도 배부른 한끼식사였지만 스팸에 햇반 한그릇이 전부인 저녁도 내겐 그 어떤날보다 맛난 한끼였다.


밥한끼를 먹으며 애들 생각도 나고 친구 생각도나고 그사람생각도 났다. 먹기위해 사는지 살기위해 먹는지 ...

난 먹기위해 산다에 한표.


먹기위해 살며 매 순간 대하는 한끼가 잘 차려진 한끼일 경우 혼자보단 가까운 내 사람 생각이난다. 삼겹살을 무지 좋아하는 애들과 먹었던 삼겹살이 내 생애 가장 맛난 삼겹살이였고 지금도 삼겹살을 먹을때면 애들 생각이 난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음식이란 추억이라 했었다. 밥을 먹는 것이지만 그 어떤 사람과의 추억을 함께하는것이라 했었다.


그래서인가

칼국수집에선 할머니생각이 났다. 꼬맹이시절 시골에서 할머니는 밀가루반죽을 홍두깨로 밀어 순식간에 넓게 펼친뒤 접고 접고 접어 썰면 국수면이 만들어졌고 그기에 호박이랑 멸치랑 넣어 끓여 한끼 식사를 만들었다. 그때는 그 칼국수가 그닥 입에 맞지않았었고 호박을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골라내어 면만 조금 먹었었는데 지금은 손칼국수가 아닌 그냥 국수집에서도 호박을 일부러 먹어본다. 고추를 말려 밀가루에 묻혀 튀긴 고추튀각(?)이랑 쓴네무침(씬네무침)은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 길가다 과매기를 한다는 프랭카드가 걸린 술집을 지날때면 친구생각이 난다.


어떤 것을 먹을까를 생각하며 늘 누구랑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어떤 하루를 살고있나 생각하면 어떤 삶을 살아야하나 고민하게된다.


거한 한정식도 밥한끼였고

햇반 한그릇에 스팸 또한 밥한끼였고

점심도 배불렀고 저녁도 배불렀다.


점심을 먹으며 그리운 이가 있었고

저녁을 먹으며 그리운 이가 있었다.


오늘 하루도 내 일상은 채워졌다. 어떤 일들에 의해.


내일은 그들과 함께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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