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낙엽 청소

by 허정구

어제 내린 비로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그 낙엽을 치웠습니다


각기 나누어진 담당구역에서 늘 그러하듯 혼자 묵묵히 낙엽을 치웁니다. 각자 브로워를 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낙엽을 모읍니다. 바람이 심술궂게 붑니다. 모아 둔 낙엽이 또 바람에 날려 저만치 앞서가기도 합니다.


혼자 하다 보니 모아진 낙엽을 담기도 벅찹니다.


한 명은 브로워로 불어서 군데군데 모으고, 한 명은 모아진 낙엽이 바람에 날리기 전에 쓸어 담으면 조금은 편할 거라는 생각 합니다. 빗자루와 브로워는 서로 잘하는 게 있습니다. 장점이라고 하죠! 역할이 같기도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그 효율성이 다릅니다.

낙엽이 많을 때는 브로워로 계속 불기보단 빗자루로 쓸어 담으며 일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빗자루로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쓸어 모우는 것보단 브로워로 훅~ 불어 모우는 게 편합니다.


「우리에겐 이 빗자루와 브로워보다 더 효율성이 좋은 동료가 있는데... 」 모두들 빗자루를 들고 브로워를 찾습니다. 빗자루로 쓸기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넓으니까요... 또 엔진 블로워는 시동 거는 게 어렵습니다. 어쩌다 한번 사용하다 보니까 시동 거는 법을 들었는데 까먹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어렵게 시동을 걸었기에 꺼지지 않게 켜 둡니다.


단풍나무 밑이라 낙엽이 잔뜩 쌓였습니다. 빗자루로 쓸어 담아도 한참이 걸립니다. 그동안 브로워는 혼자 외롭다고 붕•붕•붕•붕•붕• 한참을 웁니다.


우리에겐 빗자루보다 좋은, 브로워보다 좋은, 동료가 있습니다. 그 동료를 먼저 찾아가 오늘은 낙엽이 많으니 내가 초강력 브로워로 불어서 모을 테니 빗자루로 모아진 낙엽을 담으며 같이 일하는 건 어때요?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서로 조금은 더 수월하게 치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같이 하면 몸이 편합니다. 혼자 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낙엽이 많은 날에는 혼자 하면 몸도 마음도 힘듭니다. 둘 이하면 몸도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혼자 우는 브로워만큼 큰 소리로 동료를 불렀으면 합니다. 《우리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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