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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Mar 11. 2023

그사람생각

만족

세월은 지나 나이가 들어 흰머리가 생기고 겉모습은 청년을 지나 중년이 되었지만

몸과 달리 마음은 나이 들지 않나 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잘 가'라는 인사를 끝으로 되돌아올 때의 헛헛한 마음도 변함이 없고,

돌아서자마자 또 보고 싶은 마음 또한 변함없는 걸 보면...


드라마의 그 어느 한 장면처럼

망자의 마지막 저승사자의 찻집에서 기억의 찻잔을 마주하고 만났던 늙은 할머니와 백발의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전쟁으로 남과 북으로 나뉘며 헤어질 때의 꽃청춘 모습으로 바뀌어 보였었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겠다.


겉모습은 변할 수 있었어도 마음은 딱 그 약속의 그 순간에 멈춰져 세월을 멈추고 고스란히 남아 있었구나! 그 장면은 마음의 모습이었구나 오늘 깨닫게 된다.


그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었고... 헤어지기 싫어하는 날 위해 그사람은 엊그제 그 바닷가 편의점 테이블을 다시 찾아 오늘도 밤바다를 보며 땅콩 막걸리를 마셔주었다.


흑심은 조금씩 옅어져 3월의 바닷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욕심은 조금씩 채워져 이렇게 다시 그사람 얼굴을 보고 그사람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채워져 감을 느꼈다.


그냥...


요만 큼만으로도 내겐 넘치는 호사임을 생각한다

꼭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엊그제까지 내 삶의 바램이었고

그 바램조차 내겐 과분한 욕심임을 자각하고 그사람과의 기억조차 아끼듯 조심스레 들추곤 했었는데 난 지금 다시 날마다 새로운 기억을, 새로운 추억을, 새로운 설렘을 경험하고 있다.


다시 젊어질 수 없듯 다시... (사랑)


하루하루 살아간다.

살고 싶어 사는 간절함은 아주 오래전 기억 속에 남겨둔 채

주어진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꿈이 이루어졌듯 그렇게 또 꿈은 살다 보면 덜컹 내 앞에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오늘을 살자.


계획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고단함보단 주어진 오늘에 만족하며 지내던 나로


굳이...

억지로 내 삶에 주인이 되려 하기보단...

겨울엔 추위에 떨고 봄날엔 꽃향기를 느끼고 여름날엔 땀 흘리며 가을날엔 바람에 맡긴 채 주어진 내 삶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며 힘겨우면 힘겨운 대로 좋은 건 좋은 대로 차카게 살기로 했던 것처럼 차카게 살자.


다시 꿈꿀 수 있게 된 삶이 주는 선물에 만족하는 나!

선택은 오로지 그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

그사람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을 내가 탐내지 않고 살다 보면 그사람이 주는 두 번째 선물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을 새롭게 꿈꾸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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