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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Mar 12. 2023

그사람생각

비에 대한 愛着

사는 게 뭐 별 건가 싶다.


오래전부터...


그냥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그 일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저녁이면 다독이고

또 아침이면 하던 일을 하기 위해 일터로 가고

그곳에서 별것도 아닌 일들에 얽매이며 지치곤... 또 잠들고


그러면서 햇살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이게 뭔가 생각하면서

그냥 살자 이 또한 내가 자초한 삶이니 그냥 살자 하며


유난히 좋았던 언젠가를 되뇌이며 나도 그런 날이 있었는데...

두 번 다시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생각해 보고 그리워해보고 그러다 외롭구나 하며 늪에 빠지고

또 허우적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아무것도 몰랐던 젊은 날을 보내며

알게 되어진 많은 숱한 감정들을 통해 이젠 조금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또 빠지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 다 욕심이구나 생각하며

비워내기도 하고 털어내기도 하면서

또 채워질 껄 알지만... 그냥 살아왔고 또 그냥 살아간다.


평범하다는 거

서로 의지하며 서로 기댄 채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들. 사람들을 보면... 나는 참 부럽지만

그들은 아마 잘 모를 거야


때론 아웅다웅 서로 불편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그냥 옆자리에 내 사람이 있다는 그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는 사람들은 웃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좀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난 부럽더라


늘 텅 빈 곳에 혼자 매번 침묵과도 같은 묵언수행만 하다 보니

그냥 내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그리운지도 몰라.


사는 게 뭐 별거 있을까...

사는 과정이 다 힘들지.

먹고사는 거 살아가는 거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한,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한 이유가 있으면 그러한 것들조차 때론 재미가 아닐까...


이래 살아도 저래 살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자기 삶은 자기가 사는 것이지만 같이 산다고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부부로 가족으로 연인으로 산다는 건

내 삶을 지켜봐 주는 관객이 있는 거라는 생각도 해 봤어.


혼자 춤추고 노래 부르는 무대 위에 쓸쓸한 나보다

내 노래를 들어주고 박수 쳐주는 사람들 앞에서 더 신이 나는 것처럼

그런 내 편!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사람이 있는 삶과 그런 사람이 없는 삶이 다른 거지

혼자 지내는 게 뭐가 외롭냐고 하지만


같이 저녁을 먹고, 같이 TV를 보고, 같이 말을 섞는, 같이 하는 그 모든 것들...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그냥 바라봐 주는 그런 관계가 살아가는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해.


이러한 재미를 득하기 위해

살아가는 여러 이유로 힘들어도 일을 하고, 어려워도 일을 하고, 필요한 돈을 벌고 그 벌이가 늘 쪼들려도 그렇게 또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더라.


100만 원을 벌어도 200만 원을 벌어도 늘 부족하긴 매한가지이기에...


굳이 산다면 너랑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만이 오로지 남았나 봐.

이 바램으로 살아가는 날이라 해도 매일 꽃길이 아닐꺼라는 것도 잘 알고, 일상의 고단함. 불편함. 부족함이 일소되지 않는다는 거 지금과 별반 다를꺼 없다는 것도 잘 아지만

그래도 굳이 내가 누군가의 편이라면  네 편이고 싶다는 거지



비 오네. 온다던 비는 오는데...


비 오는 날이 나는 좋더라. 그냥 비가 오면 기다리던 누군가는 아니지만 비라도 내게 와 주니까 좋은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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