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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Mar 14. 2023

그사람생각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감(정신차림)

어제 홈플러스에 농심 생생우동을 사러 갔었다.

매장 한켠에 초콜릿이 잔뜩 쌓여 있었다. (뭐지?) 생각하다 보니 내일이 3월 14일 임을 알게 되었다. 전혀 내 삶과 상관없던 어떤 날이 어제는 아주 오래전처럼 특별한 의미의 날로 다가왔다. 마침 지금 그사람이  이곳 제주에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난 스무 살의 설렘으로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1box를 샀다.


오늘 나는 그사람에게 찾아갔다.

그리곤 돌아왔다. 나의 제발과 그 사람의 제발은 정반대였다.


우연히 보게 되었고 알게 되어 그냥 전혀 부담 없이 그냥 나도 모르게 그냥 하나 샀을 뿐... 전혀 의도하거나 기억한 게 아니기에 그냥 가볍게 웃어주길 바랬는데


생각해 보니

모두 전부 나 좋자고 하는 일이 그사람에겐 부담을 넘어 불편함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너무나도 그사람이 좋아서 또 내가 선을 넘었었다.


'미안..

다시 내 삶의 자리로 돌아갈게...'


나의 짧은 생각이 그사람의 휴식을, 그사람의 시간을 무례하게 방해했음을 안다.

너~무 꿈같은 현실이어서 내가 정신없이 또 맹목적으로 내달렸다.


그냥 나는 그사람의 모든 게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속에 직접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 알기에... 그래서 꿈만 꾸다 보니 현실과 꿈을 착각했다.


나도 모르게 그사람에겐 언제나 감성이 이성을 앞지르지만 그래도 아직 정신줄을 놓은 건 아니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나를 내가 스스로 진단하면 「愛情缺乏」

(젊은 날에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이유로 한때의 사랑에 갇힘으로 인한 불안정한 정서 상태)라 칭한다.


알지만... 알고 있지만...

힘들고 어려움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유독 좋았던 그날을 되뇌이며 버티기도 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도 했었다.

다시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만... 다시 그런 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지내는지도 모른다.


나의 제발은 긍정이었는데, 그사람의 제발은 부정이었다.


그 말이 제일 두려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감춰질 수도 감출 수도 없었다.


꿈같은 현실이었기에... 이제 다시 꿈과 현실을 구분하고 일상의 삶이었던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를 정신차림이라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쉬움. 또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의 정류장에 서 있다 보면 언젠가 다시 그사람이 이 길을 지나며 내게 손 흔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를 태워갈 수도 있지 않을까.


미안.

슬•프•게•도 늘 이렇게 그사람은 내게 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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